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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도 감기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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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도 감기에 걸린다

‘허리’도 감기에 걸린다
[한겨레21 2005-12-13 09:09]

[한겨레] 남에겐 ‘꾀병’이고 나에겐 ‘결근 사유’인 겨울철 복병, 요통
몸 덥히는 식품 먹고 발 따뜻하게… 걷기로 근육 강화를 먼저 해야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직장인 김수현(29)씨는 지난해 겨울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 갑자기 허리를 삐긋했다. 얼굴에 물을 묻히려 상체를 숙이던 찰나였다. 뚝 끊어졌다는 느낌이었다. 며칠 동안 참고 견뎠으나 날이 갈수록 점점 통증이 심해졌다. 직장을 옮긴 뒤 한 달 만이었다. 참고 참다 주말마다 만사 제쳐두고 뒹굴뒹굴 쉬고 나니 씻은 듯이 나았다. 그래서 무심히 지나갔다. 그러나 그 뒤 과로와 스트레스가 겹쳤다 싶으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날이 갑자기 추워진 지난 11월 말 드디어 사단이 났다. 사흘 동안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다. 최근 뉴스를 보니 비만과 흡연도 허리병의 주요 원인이라던데 나름대로 몸무게 관리에 신경쓰고 담배는 입에도 안 대는 나에게 이게 웬 시련인가 싶었다. 잔병치레 거의 없이 살아와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으나 이제는 허리가 또 아플까봐 공포심까지 생겼다. 침 맞으러 한의원에 갔더니 한의사 말하길 “허리도 감기에 걸린다. 평소 관리가 잘 안 돼 있으면 약간의 피로와 긴장만으로도 무리가 간다. 특히 장시간 앉아 있는 걸 피해야 한다”.
곰곰 생각해보니 외근도 많고 사무실에서도 이리저리 움직이던 지난 직장과는 달리 새 직장에서는 주로 앉아서 일을 보고 어떤 날은 마감을 다투며 하루 종일 꼬박 초긴장 상태로 앉아서 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날이 추워지면서 걷는 일도 드물고 퇴근 뒤나 주말에도 몸을 옹송거리며 가만히 있으니 허리가 비명을 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었다.
두 발로 걷는 인간의 원죄라는데…
겨울철이 되면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한 사무실에 몇 명씩은 등장한다. 실제 직장인 결근 사유 첫 번째가 감기, 두 번째가 요통이라는 조사도 있다. 또 45살 이하 사람들에게 가장 큰 업무장애 요소는 요통이다. 겉으로 멀쩡해서 꾀병 같지만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만사가 귀찮고 자신이 없어진다. 특히 겨울철만 되면 숨어 있던 복병처럼 나타나 괴롭힌다. 현대인의 80%가 평생 한두 번 이상은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다. 다행히도 급성 요통 환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요통 환자들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한 달 안에 좋아진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가장 관심 갖고 무서워하는 질병으로 암, 고혈압 다음에 디스크를 꼽는다. 그만큼 허리 통증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디스크는 요통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이나 많은 이들이 이를 혼동한다. 허리 디스크 환자는 요통 환자의 2∼3%, 전체 인구에서도 2% 안팎에 불과하다. 수술하는 비율은 디스크 환자의 1%도 되지 않는다. 뜻있는 의사들은 “아프리카에는 허리병이 없다. 왜냐하면 허리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라면서 과잉 진료나 수술 남발을 경계한다.
허리는 우리 몸의 기둥이자 신경과 에너지 흐름의 통로인 척추에서도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굽혔다 폈다 돌렸다 젖혔다 몸을 움직일 때 가장 많이 쓰는 부위다. 한마디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해야 하는 내 몸의 ‘미드필더’다. 우리 몸의 척추는 여러 개의 작은 척추뼈(목뼈 7개, 등뼈 12개, 허리뼈 5개, 골반 및 척추뼈 등 모두 25개)가 모여 기둥을 이루고 있다. 목뼈에서부터 꼬리뼈까지 완만한 S자 곡선을 두 번 그리는 모양새다. 요통은 이 가운데에서도 허리뼈 아래쪽 두 개와 골반뼈에서 주로 발생한다. 허리를 포함해 척추를 구성하는 것은 크게 다섯 개다. 우선 뼈, 그리고 뼈와 뼈가 부딪치는 것을 막아주는 말랑말랑한 쿠션 역할의 추간판(디스크), 뼈와 뼈를 연결해주는 힘줄 역할의 인대, 척추 기둥 한가운데 뻥 구멍 뚫린 통로를 지나가는 척추 신경,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감싸는 근육이 있다. 이 다섯 가지 중에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요통이 생긴다.
흔히 디스크라 불리는 병은 뼈와 뼈 사이 충격을 완화해주는 추간판이 변하거나 밖으로 돌출돼 신경을 누르는 병이다. 그 밖의 병으로는 골다공증이나 척추 결핵·골수염·암 등 척추뼈 질환이 있고, 신경에 종양이 생기기도 한다. 인대가 끊어지거나 근육이 파열되거나 허리가 앞으로 굽는 병도 있다. 이런 병적인 요통은 발생 빈도도 낮고 정밀한 검사와 치료를 요구한다. 하지만 현대인이 가장 빈번히 앓는 단순 요통은 네발 달린 짐승은 척추 질환이 없다는 말처럼 두 발로 걷는 데 따른 원죄라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두통이나 감기처럼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다. 동시에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빨이 아프면 치과를 찾고 감기에 걸리면 내과를 찾아도 허리가 아프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버틴다’. 안 그래도 혹사당하는데 이렇게 구박받아도 되는 것일까?
허리가 혹사당하는 경로는 여러 갈래다. 잘못된 자세와 생활습관, 과도한 노동, 노화에 따른 현상, 심리적 압박 모두 허리에 짐이 된다. 삐긋하는 순간도 가지가지다. 잠을 잘못 자서,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몸을 굽히다가, 밀린 설거지를 하다가, 노래방에서 악쓰다가, 심지어 부부관계를 하고 난 뒤에도 생긴다. 화가 치밀어서 길길이 뛴 다음에 허리가 뚝 끊어지기도 한다. 발생 경로는 제각각이나 공통점이 있다. 이 모든 일이 생기기 전에 이미 허리는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앞서 한의사의 말처럼 “마치 감기처럼” 다가온다. 똑같이 과로하고 추위에 노출돼도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안 걸리는 사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허리로 가는 원리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몸의 가장 약한 부위가 먼저 앓는다. 스트레스성 요통은 스트레스성 위염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강한 허리와 약한 허리 차이는 ‘근육’
허리 외의 원인도 있다. 양방에서는 생식·비뇨기과 계통이 약해져 있거나 위궤양·담낭·담석증이 있을 때 아플 수 있다고 말한다. 한방에서 ‘신장이 허하거나 한기가 들거나 위장 기능이 약해지면’ 허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양방에서는 추위와의 관련성을 크게 중요하게 보지 않지만 한방에서는 아주 중시하는 편이다. 자연 변화에 따른 몸의 자각 증상을 핵자기공명장치(MRI) 같은 기계가 찍어낼 수는 없지만, 날이 추우면 근육이 굳어지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간다. 민간의학에서는 땀으로도 노폐물을 배출하는 여름철과는 달리 겨울철에는 방광 등 비뇨·생식기의 부담이 커져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따라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을 중요하다고 꼽는다. 연근·쑥갓·부추·갓 같은 몸을 데워주는 식품을 많이 먹어 평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특히 발을 따뜻하게 하지 않으면 냉기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와 허리도 오돌오돌 추위를 타게 된다.
그렇다면 일상적으로 어떻게 허리 통증을 예방할 수 있을까? 소극적으로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매사 무리하지 않는 방법이 있겠지만 늘 그런 태도로만 살 수 없는 노릇이다. 평소 허리를 강하게 만들어놓는 게 제일 좋은 예방법이다. 이는 의학적 치료에 기댈 수 없다. 병원을 쫓아다닌다고 약을 먹는다고 다 자란 성인의 뼈나 신경이 강해지거나 디스크나 인대가 튼튼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허리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강한 허리와 약한 허리를 구분하는 것도 근육의 차이다.
근육을 유연하게 하면서도 강화하는 데 제일 좋은 것은 걷기다. 등산도 좋다. 산악지역에 사는 이들은 요통이 없다는 말이 있다. 걷거나 등산을 하면 통증 해소에 좋은 엔도르핀의 분비를 자극하고, 신경말단의 산소능력이 증대돼 척추신경 질환에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팔을 자연스레 흔들고 허리를 반듯하게 세워야 한다. 굳이 헉헉대며 빨리 걸을 필요는 없다. 하산할 때에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보폭을 작게 해야 허리에 미치는 충격이 완화된다. 틈틈이 유연성을 기르는 동작과 체조를 해주는 것도 좋다. 의자에 앉을 때에도 두 팔을 머리 위로 쭉 펴올려 척추를 늘여주고, 틈틈이 일어나 허리를 펴주고 돌려주는 습관이 좋다.
에너지 흐름 막는 화와 스트레스
운동과 호흡, 명상의 세 축으로 이뤄진 요가의 운동 원리는 한마디로 척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순서가 중요하다. 우선 앉거나 서거나 누워서 몸을 죽죽 늘여준다. 일명 ‘늘이기’다. 단순한 동작처럼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척추의 배열이 제대로 맞춰진다. 그 다음에는 몸을 반듯하게 펴고 서서 허리를 360도 골고루 크게 돌려준다. 혈액과 기의 순환을 돕고 자극해주는 원리다. 허리 유연성을 기르는 데 좋다는 일명 ‘고양이 자세’는 이 과정을 거친 뒤 해주는 게 좋다. 늘이거나 돌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고양이처럼 몸을 기울이면 무리가 간다.
열심히 근육을 기르고 바른 자세 바른 생활을 했는데도 허리가 삔다면? 평소 성격을 돌아보길 권한다. 별것 아닌 일에도 ‘뚜껑’이 쉽게 열리거나 사소한 일에도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을 떨거나 주변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피곤하게 살지는 않는지. 화를 많이 내면 간 기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많이 받으면 쓸개 기능이 떨어진다. 간이나 쓸개가 약해져도 허리가 아프다. 해독력이 떨어져 몸의 에너지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 통로에서도 핵심 부위인 내 몸의 미드필더 허리에는 곧바로 적신호가 켜진다.
도움말: 이희주 (사)홍익요가협회 회장, 이유명호 이유명호한의원 원장

참고자료: <상식을 뛰어넘는 허리병, 허리디스크 이야기>(이춘성·이춘기 지음, 한국학술정보 펴냄)

의자 앞에 발받침대 두세요
내 몸의 미드필더를 지키는 바른 자세
허리 아파본 사람이 많아서인지 온갖 ‘나름의 노하우’와 ‘설’들이 넘쳐난다. 편견도 있다. 대표적인 게 상체가 길거나 키가 큰 사람은 허리병에 잘 걸린다는 것. 허리가 길어 흔들흔들한 사람은 허리를 쉽게 삘 거 같지만, 큰 상관관계는 없다. 오히려 배가 많이 나왔거나 갑자기 살이 찌면 하중이 쏠려 허리에 무리가 간다. 그 다음은 ‘무슨무슨 매트’ 같은 딱딱한 바닥이 좋다? 지나치게 푹신한 침대나 쇼파는 허리에 좋지 않지만, 무턱대고 딱딱한 방바닥이 좋은 건 아니다. 매트리스나 요를 깔고 누워야 한다.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누워서 쉬는 게 좋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엎드리거나 높은 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것은 오히려 허리에 부담을 준다. 꼼짝 않고 천장만 보며 누워 있는 것보다는 새우처럼 옆으로 누워 무릎 사이에 베개를 끼우거나 반듯이 누워서도 무릎 밑에 베개를 넣어 살짝 구부려 쉬는 자세가 좋다. 요가를 할 때 허리에 무리가 간 동작을 한 뒤 무릎을 세워 엉치뼈 두드리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를 오래 업으면 허리가 아프다? 안 업는 것보다는 무리가 가겠지만 앞으로 안는 것보다는 낫다. 등산이나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배낭을 뒤로 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허리 아플 땐 성관계를 피해야 한다? 수술 치료를 받을 정도의 환자가 아니라면 옆으로 눕거나 아픈 사람이 아래쪽에 누워 관계를 가지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적절한 자극과 흥분으로 통증이 완화되는 경우도 있다.
평소 바른 자세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몸으로 바짝 당겨들고, 물건을 끌기보다는 밀고, 높은 데 있는 물건을 까치발로 내리지 말고 받침대 위에 올라서서 내려야 한다. 의자에 앉거나 운전을 할 때에는 허리를 등받이에 바짝 기대고 무릎이 엉덩이보다 약간 높아야 한다. 부득이하게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한다면 바닥에 받침대를 두고 발을 올려두는 게 허리에 부담을 던다. 서서 일할 때에도 양발을 받침대에 번갈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 좋다. 설거지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밤새 뻣뻣해진 허리를 펴주고 손바닥을 따뜻하게 비벼 허리 쪽을 마사지하거나 이리저리 돌려준 뒤에 움직이는 게 좋다. 또 세수를 할 때 세면대 쪽으로 갑자기 허리를 구부리기보다는 무릎을 살짝 구부리는 게 좋다. 걸을 때 가슴이 커 보이거나 콧대를 높이려고 허리를 뒤로 젖히는 것은 괜히 껄렁해 보이려고 어깨를 구부정하게 하고 호주머니에 손 찌른 채 걷는 것 못지않게 허리에 무리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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