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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요리법/음식] [권오길의 자연이야기] 고추의 비타민C, 귤의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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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자연이야기] 고추의 비타민C, 귤의 4배

어린 꼬마남자의 ‘고추’를 뭐라더라? 그리고 사내아이를 낳았을 때 새끼 금줄에다 빨간 고추를 꽂는다. 그렇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한다. 몸은 작아도 힘이 세거나 성질이 모질고 일을 옹골차게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나폴레옹을 보라! 여느 생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보상작용(補償作用), 즉 한 가지가 모자란다 싶으면 다른 것에 뛰어난 점을 가진다. 고추도 작은 대신에 그렇게 매운 것이다.
고추는 남미 볼리비아가 원산지라 한다. 고추는 세계적으로 25종이 넘고, 우리가 주로 먹는 것만도 보통고추(마니따, 청양고추 등 여러 품종이 있음)에 꽈리고추, 피망(pimiento, 스페인 고추의 일종) 등 여럿이 있다. 고추는 원래 풀(草本)이 아니고 나무(木本)다. 이 땅에 심은 고추는 된서리가 내리면 얼어 죽지만 열대지방인 볼리비아에서는 여러해살이로 나무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도 온실에서 다년간 키워 길게 줄기가 뻗어나 거기에 수많은 고추가 뒤룽뒤룽 매달린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실 우리는 ‘고추 없이는 못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상의 반찬이 어디 하얀 것이 있는가. 고춧가루로 죄다 붉은 빛깔이다. 김치를 비롯하여 깍두기, 나물에도 온통 고춧가루 칠갑이다. 그리고 고추장! 말만 들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그 뿐인가. 고추 장아찌에다 고추씨 기름도 내장탕에 넣어 먹으면 맛이 난다. 풋고추, 가을 끝 고추, 고춧잎은 물론이고 태양으로 말린 고춧가루로는 김장을 한다. 고추는 뿌리줄기 빼고는 다 먹는다.
그런데 고춧가루는 멋으로 넣는 양념 정도의 것이 아니다. 풋고추 하나에 들어있는 비타민C가 귤의 네 배나 된다. 녹색이던 고추는 익어가면서 빨간색으로 바뀐다. 즉 비타민C 대신에 카로틴(비타민A가 됨)이나 안토시아닌(화청소·花靑素)이 많아지면서 새빨개진다. 고추잠자리와 살살이꽃(코스모스)에 새빨간 고추는 가을의 상징이 아닌가! 푹 익은 고추에는 가을의 정서가 그득하고 맛깔스런 영양분이 듬뿍!
고추가 매운 맛(실은 맛이 아니고 통각임)을 내는 것은 캅사이신(capsaicine·고추의 속명인 Capsicum에서 옴)이란 물질 때문이다. 호호 맵다. 얼마나 맵기에 옛날 어른들이 고초(苦草), 먹기에 고통스런 풀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고추는 끝자락보다는 줄기 쪽이 더 맵다. 물론 그 매운 맛은 고추가 다른 미생물(세균, 곰팡이 바이러스)이나 곤충에 먹히지 않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자기방어물질인 것이다. 그래서 고추, 후추, 겨자 같은 조미료는 모두가 천연방부제인 것.
커다란 고추 하나를 칼로 잘라 그 안에 들어있는 씨알을 헤아려보았다. 고추주머니 하나에 동전이 물경 145개나 들어있지 않은가. 나의 의문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추밭으로 달려간다. 나무 중에서 큰 축에 드는 놈 앞에 털썩 퍼지고 앉아서 고추를 하나하나 헤아린다. 어림잡아 한 그루에 70~80개! 물론 큰 나무에는 더 많은 고추가 매달린다. 아, 대단하다! 과연 고추씨 하나를 심어서 몇 개의 새끼 씨앗을 얻는단 말인가. 계산하면 나온다. 145×75=? 정말 다산(多産)이로다! 일만 배가 넘게 자손을 남기고 있으니 말이다. 1만875배. 그리고 녀석들은 자식걱정할 필요가 없다. 해마다 철철이 사람들이 정성들여 심어 가꿔주니까. 다른 곡식들도 그렇다. 그렇지 않은가?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okkwon@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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