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좀같은 피부 건조…손·발바닥이 따로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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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6-12-19 15:35] |
[중앙일보 프리미엄 조한필 기자]
직장인 J(50)씨는 양말 값이 수월찮이 들어간다. 유난히 뒤꿈치가 해져 구멍나기 때문이다. J씨의 벗은 발을 보면 금방 까닭을 알 수 있다. 발바닥이 마치 나무껍질 같다. 딱딱한데다 갈라져 있다. 발등마저 하얗게 일어나거나 울긋불긋해지며 가렵다. 이른바 '발 건조증'이다. 긁을수록 증상은 악화된다.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2차적 세균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우려도 있다.
발건조증은 무좀과 증상은 비슷하나 전혀 다른 질병이다. 무좀은 피부사상균에 의한 곰팡이 질환이고, 발 건조증은 균 감염이 아닌 다른 여러 이유로 생기는 피부질환이다. 발 건조증은 양쪽, 무좀은 한쪽 발에만 발생할 때가 많다.
을지대학의 을지병원 피부과 박건 교수는 "무좀은 발가락 부위에 각질·짓무름·홍반(紅斑·피부가 붉은 색을 띰)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발바닥 건조증이 있으면 이런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확한 감별법은 피부 각질검사를 통해 곰팡이 유무를 살피는 것이다.
◇왜 생길까= 피부의 각질세포 속에는 자연보습인자가 있어 주변으로부터 물을 끌어당겨 간직한다. 또 표피는 각질세포 사이 틈을 메워 세포 속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준다. 피부가 건조하다는 것은 자연보습인자가 부족해지거나 표피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발은 신체 부위 중 가장 건조해지기 쉬운 곳이다. 피부의 부드러움과 탄력은 피지의 분비량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는데, 피지를 생산하는 곳은 피지선이다. 피지선은 우리 몸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지만 손발에 가장 적다. 특히 발바닥에는 피지선이 없기 때문에 건조증에 취약하다. 박 교수는 "발바닥은 우리가 걷는 한 체중이 그대로 전달돼 나이가 들수록 두꺼워 진다"며 "발의 수분 균형이 깨지면 건조증은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면 피부의 수분 함량이 떨어져 피부는 건조해지게 마련이다. 노인들은 특히 발바닥 건조증이 심해 발바닥이 두꺼워지고 각질이 과도하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치료하나= 발바닥 등 피부건조증은 완치가 힘들다. 피부가 더이상 건조해지지 않도록 신경쓰는 수 밖에 없다. 특히 '수장족저 각피증(角皮症)'은 손바닥(手掌)과 발바닥(足底) 피부가 어릴 때부터 두꺼워지는 유전적 질환이다. 각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연고를 꾸준히 바름으로써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흔히 피부건조증은 보습제로 쉽게 치료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피부 본래의 수분증발 방지기능이 소실되면 보습효과는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건조증이 발생한 원인을 밝힌 후 치료와 동시에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습제는 밀폐막을 형성해 피부의 수분증발을 막는 제품과 피부 깊은 층의 수분을 맨 위층으로 끌어올려 수분을 보충하는 제품 등 두가지 종류다. 각질이 많을 때는 젖산이나 알파 히드록산이 첨가된 보습제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습제는 목욕 후 즉시 사용해야 한다. 목욕물은 너무 뜨겁지 않아야 한다.
피부 건조증 환자의 주위는 온도 변화가 심하지 않은 다습한 환경을 유지시키는 게 중요하다. 피부 수분 손실을 유발하는 사우나는 금물이다. 가려움증이 계속 심해지면 전문의 처방을 받아 항히스타민 내복제를 복용해야 한다.
프리미엄 조한필 기자 chopi@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Tip 비누보다 순한 세정제로 씻어 보세요
발바닥이 건조해진 사람들 중 돌에 피부를 문질러 발바닥을 부드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는 거친 도구를 이용해 마치 박피하듯 깎아낸다. 이 방법은 옳지 않다. 일시적으로 거친 피부 부위가 사라져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벗겨진 피부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자극을 받은 피부세포들이 활발하게 증식하여 더욱 두꺼워진다. 더욱이 정상적인 기능을 갖추지 못한 피부로 변해 발바닥 건조증이 더 심해진다. 발 건조증은 주위 환경과 관련이 많다. 춥거나 건조한 기후, 강한 바람 및 자외선에 피부를 노출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양말을 신고 자는 것도 증상을 줄이는 한 방법이다.
건조한 피부 예방의 대원칙은 충분한 수분 공급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사항을 지켜야 한다.
1.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건조한 환경을 최대한 피하라
2. 냉방기나 온풍기는 장시간 사용하면 안되며, 실내에 가습기를 틀어라.
3. 건조하고 민감한 피부라면 발 씻을 때 비누 대신 순한 세정제를 써라.
4. 목욕 횟수와 시간을 제한하라. 목욕 후 발 물기가 완전히 마르기 전 보습제를 바른다.
◇박건 자문의
전남대 의대 졸, 의학박사
미국 토머스제퍼슨의대 피부과 연구원
현 을지대학 을지병원 피부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