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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시작됐다. 후반전이라는 의미의 ‘second half’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나의 일곱 번째 앨범 활동, 하프 타임 때 후반전을 위한 철저한 전략과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경기를 뛰어서일까 내 머릿속에 그려왔던 모습과는 달리, 무대 위에 선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지없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직 실망은 이르다. 나는 이제 고작 두 번의 무대와 두 번의 라디오 방송을 했을 뿐이니까. 예전처럼 무대가 혹은 방송국이 내 집처럼 자연스러워지면 나아질 거라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나는 또 내일 내 앞에 펼쳐질 나의 일과를 준비한다.
이미 전반전의 영광은 잊었다. 후반전의 경기가 모두 끝나야, 마지막 휘슬이 울려야 정확한 경기 결과가 나오는 거니까.. 전반전의 나는 체력만 좋은 어린 선수처럼 뛰어야 할 방향도 모른 채, 어느 쪽에 패스해야 할지도 모른 채 우왕좌왕했던 그라운드의 풋내기였다. 의욕만 앞서고 갖고 있는 테크닉은 없으니 결정적인 순간의 실수는 오히려 당연했을 것이다. 어쩌다 최고의 골 맛은 보았으나 그만큼의 실수와 낯 뜨거운 빈 볼들을 찼던 것도 인정한다.
아쉬움 반 기쁨 반의 전반전 경기.. 그때 내게 필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날 그토록 괴롭히고 방황하게 했을까. 3년의 공백기.. 그 중 절반은 나는 오직 이 문제를 푸는 것에 매달렸고 어떤 준비도 어떤 계획도 없이 나는 의미 없는 하프 타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 몸무게는 가수활동 때보다 17,8킬로그램이나 불려져 있었고 누군가 나를 향해 ‘쟤...갔구나’라는 말을 할 정도로 나는 나를 버려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 안에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화 ‘록키 발보아’에서 늙어버린 록키가 울며 말했던 대사처럼.. 참아 지지 않는 아직 끝나지 않은 그 무언가가 내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 난 음악을 참 많이 사랑했었는데.. 힘들 때마다 슬플 때마다 부르던 그 노래를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날부터 연습하기 시작했다. 운동하기 시작했다. 몸이 악기라는 점을 자각한 나는 몇 십억짜리 악기에 목숨 거는 연주가처럼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또 노력했다. 술자리 만들기 좋아했던 내가 어느 순간 술자리를 피하기 시작했고 어디를 가든 삶은 달걀과 단 호박이 든 도시락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내 몸이 원하는 칼로리, 내 몸이 원하는 영양,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나는 나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몸짱이 되겠다거나 내 몸에 王자 하나 새겨보겠다는 야심으로 시작한 게 아니다. 내 몸 하나가 전부인 가수로서 악기 관리를 시작했을 뿐이고 단기간에 승부를 내겠다는 욕심은 아예 시작부터 접었다.
공익 근무 기간은 내가 내 의지로 어떻게 뭘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기에 그럴 바에는 천천히 지치지 않게 스스로 운동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몸 관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꼬박 1년여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몸은 점점 더 건강해져 갔고 살이 빠지는 만큼 초창기 때의 맑고 힘있는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11년째 노래를 하고 있지만 노래하고 또 노래해도 질리지 않았다. 그토록 좋아하던 음악을, 노래하는 나의 무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서 한때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도 있었지만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노래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그리고 어느 순간 뜨거움이 사라진 내 가슴에 음악에 대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며칠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처럼 노래에 대한 무대에 대한 목마름이 넘쳐왔고 갈 길을 모르고 방황하던 내 삶이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다.
언제나 노래하고 싶다..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속 갈증을 느끼며 난 골방에 틀어 박혔고 마침내 그 마음으로 4년 만에 ‘second half’라는 앨범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잘하고 싶다. 철없던 시절, 내게 분에 넘치는 박수를 보내 주셨던 참 고마운 이들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고, 멋진 무대를 보여 드리고 싶다.
잘하고 싶다. 철없던 시절, 내게 분에 넘치는 박수를 보내 주셨던 참 고마운 이들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고, 멋진 무대를 보여 드리고 싶다.
사실 나보다 뛰어난 가창력을 가지고 있는 가수, 춤 잘 추고 음악적 재능과 잘생긴 외모 뛰어난 몸매를 가진 가수가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에게 절대 질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무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것.. 노래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것..
요즘엔 가는 곳마다 ‘다이어트 어떻게 했냐’는 질문을 받는다. 음악에 대한 얘기보다 다이어트에 관한 얘기가 더 큰 화제다. 그러나 난 믿는다.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내 노래를 더 많이 얘기할 날이 올 거라고! 포기하지 않고 뛰다보면 침체된 경기만큼이나 우울한 음반계에도 꼭 꽃피는 봄이 올 거라고!! 지금은 승리를 생각하기 전에 절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녹슬지 아니하고 닳아 없어지리라! 그것이 나, 조성모의 후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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