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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도 '착해야' 한다? 차라리 비만으로 '저항'하라!
얼마 전 드라마 <여인의 향기> 제작발표회에서 여배우 김선아는 다이어트 비결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안 좋은 방법으로 살을 뺐다, 하루에 한 끼 정도 밖에 먹지 않았고 잠도 두 시간 밖에 자지 않았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많은 분들이 이 혹독한 다이어트 방법을 따라 하실까봐 걱정된다, 절대 따라하시면 안 된다. 너무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말했다.
김선아의 발언 내용 자체도 새삼스럽게 충격이었고, 이전의 다른 여배우들이 자신의 성형이나 다이어트 경험을 의미화하는 것과 다르다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나는 김선아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 타이틀들을 보고 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김선아, "혹독한 다이어트 방법을 따라하지 않으셨으면" 고백
<여인의 향기> 김선아, "밥은 하루 한 끼, 잠은 두 시간만" 다이어트 비법 밝혀…
외모/몸매주의 이데올로기가 잠식한 사회에서의 여성의 고통에 대한 김선아의 발언은 왜 '고발'이나 '경고'가 아니라 '고백'일까? 대답은 사실 진부하다. 날마다 스스로의 몸에 새겨 넣는 지배적인 몸의 이미지를 읽어내고 그 불일치를 자각하는 이 여배우의 생생한 증언이 '다이어트 비법'으로 전유되어 화제가 되고 유통될 만큼, 우리 모두 외모/몸매주의 이데올로기를 자연스럽게 체화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몸에 갇힌 '여성'들의 현실
<몸에 갇힌 사람들>(김명남 옮김, 창비 펴냄)을 통해 수지 오바크가 강하게 주장하고 있듯이, 전 세계에서 여성의 외모와 몸매 관리는 이미 개인들이 자기 자신을 개선할 '기회'를 어떠한 인내심과 노력들을 통해 실행하는지 평가하는 자기 관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 강화의 수사학'은 그 여성의 인격에까지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체성 형성의 기준이기도 하다(여성들의 몸에 붙는 '착한' 몸매라는 이제는 진부해진 수식어를 떠올려보라).
게다가 외모, 몸에 관한 규율은 이제 어떤 특정한 직업 혹은 계층에 한정되어 있다기보다, 전 세계에 걸쳐 거의 모든 계층의 여성들에게 퍼져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생애 주기에서 볼 때 평생에 걸쳐 '나잇값'의 기준에 따라 세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갓 10대에 접어든 소녀부터 할머니까지 거의 모든 여자의 일상적인 의무가 된 것이다(2000억대라는 10대 화장품 시장, 20대부터 노년 여성까지 각 세대 맞춤식의 '안티 에이징' 시장을 떠올려보라).
사회적으로 '아름답다'고 재현되는 여성의 외모나 몸무게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달성' 불가능하고,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유지, 갱신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성' 불가능하다. 그래서 애초에 실패 가능성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
걸 그룹의 다이어트 식단, 중년 여배우의 '방부제 외모' 유지 비결, 각종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법 등은 '매우 드문' 성공 케이스이기 때문에 이슈가 되기보다 0.0001%일지라도 '성공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된다. 자신의 몸에 책임을 지고 몸으로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는, 외모/몸매주의 이데올로기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연예 산업에서 여성 연예인은 자신의 인격, 능력, 정체성 등 모두를 자신의 몸을 통해 증명해야 하는 존재이니, 김선아의 발언은 '자기 고백'이라기보다 '사회적 고발'에 가까운 것 아닐까?
'신체 불안정화의 시대'를 누구의 시선에서 읽을 것인가의 문제
정신분석 심리치료사인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은 이처럼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불안정성'이나 '신체 수치심'이 너무나 일반화되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 고정적인 이미지와 문화의 확산을 통해 개개인들의 몸과 몸에 대한 인식을 불안하게 만듦으로서 이익을 취하는 구조가 공고한 현재 상태를 '신체 불안정화의 시대'라 일컫는다. 개개인들이 몸을 개조, 변형, 증강, '완성'하는 일은 몸에 대한 현재의 왜곡된 문화와 이미지, 성형, 다이어트 등의 산업에 의한 고난이나 억압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돌보는' 자기 계발이나 역량 강화의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매우 우려스럽게, 하지만 강하게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몸에 갇힌 사람들>이라는 제목은 이전부터 지속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몸은 절대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중요한 주장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몸에 대한 열망을 개개인들의 사적인 경험이 아닌, 몸의 권리를 박탈해온 사회문화적 인식과 체계에서 나타나는 집단적인 현상으로 읽을 것을 요청한다. 몸을 '몸으로서' 나타내는 여러 가지 반응들(이를테면 '지치고, 다치고, 쇠락하고, 활기 넘치고, 즐겁고, 좌충우돌하는' 것)로서가 아니라 비물질화된 것으로 인식할 때, 개조하거나 더 이상 '업데이트' 할 수 없는 몸, 그래서 한계를 갖는 몸에 대한 불안과 강박은 더욱 심화될 수 없다.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지배적 문화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변화시킴으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몸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시대적 특징으로 드러난다는 것은, 그만큼 외모, 성형, 다이어트 산업의 생산과 소비를 '억압과 피억압' 구도로만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라는 것을 암시한다. 다른 한편으론 외모와 몸이 단순히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자아 존중감 및 정체성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것도 드러낸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외모관리나 다이어트, 성형 등의 개조 프로젝트의 이유를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내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한다. 수지 오바크를 찾아와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으는 것처럼, 여성에게 자신의 몸(그들 스스로의 말에 따르면 '흠' 투성이인)을 개선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조절하며 통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행위이다. 이에 대해 수잔 보르도 역시 <여성의 몸, 어떻게 읽을 것인가>(케티 콘보이 외 지음, 고경하 외 옮김, 한울 펴냄)에 실린 '몸과 여성성의 재생산'(제 5장)이란 논고를 통해 "젊은 여성은 갈망하고, 원하고, 욕구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가 알게 되는 동시에, 의지를 발휘해 그러한 욕구를 극복하면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알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몸에 갇혀 있는' 시대적 증상은, 성별 뿐 아니라 몸을 규율하는 나이, 계급, 성 정체성, 장애 여부 등에 따른 세밀한 해석을 필요로 하는 정치적인 문제이다. 수지 오바크는 여성들이 (남성과는 다르게) 관찰자의 응시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외부에서 관찰하는 존재로 사회화되어 왔다는 사실, 비만과 같이 개인적 자질로 여겨지는 문제들이 사실은 빈곤이나 저소득과 같은 계급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을 몸의 발달 조건이나 사회적 압력, 이미지의 확산, 부모와 같은 가족 구성원들의 세대 전달 등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외모/몸매주의 이데올로기를 지탱하는 화장품, 성형, 다이어트 산업은 여성의 임금노동과 높은 소비 수준을 필요로 하는 심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을 남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 참여시키도록 하는, '매우 경제적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체계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의 조건은 지배적인 문화의 정상적 이미지와 자기혐오 사이에서 '못생긴 채로, 뚱뚱한 채로 사느니 평생을 (과식증 및 폭식증과 같은 섭식 장애, 성형 수술로 인한 부작용과 장애, 심지어는 죽음 등과 같은) 고통 속에서 사는'는 행위를 지속시키는 것이다.
수지 오바크가 우려하는 대로, 사람들이 몸을 통해 느끼는 고통이 너무나 보편적인 현재의 상황은 가히 '공중보건의 위기 상황'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갇힌 몸'과 그것을 유지시키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집단적이고 광범위한 '저항', 억압적인 이미지와 다른 전복적인 몸 이미지의 확산을 기대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아네트 쿤이 <이미지의 힘>(이형식 옮김, 동문선 펴냄, 원제 'The Power of the Image : Essays on Representation and Sexuality')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지배적인 표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것, 그래서 그것을 변형시킬 가능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필요한 일이다. 자신의 욕망과 갈등하더라도 억압적인 지배 이미지와 시선에서 비껴서 보려는 시도, 몸의 정상적인 이미지들과 기준을 만드는 조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굳건한 경계를 계속 흐트러뜨리려는 시도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저자가 1978년도에 쓴 책의 제목인 <비만은 페미니즘의 주제다>(원제 'Fat is a feminism issue')가 현재에도 진행형의 의미를 갖는 것만큼이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규율과 억압이 어떻게 '여성됨'의 형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고, 이러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해석할 수 있는, 이미 출판된 다른 여성주의 도서와 오바크의 책을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여성의 몸, 어떻게 읽을 것인가?>(케티 콘보이 외 지음, 고경하 외 옮김, 한울 펴냄).
<다이어트의 성 정치>(한서설아 지음, 책세상 펴냄).
김선아의 발언 내용 자체도 새삼스럽게 충격이었고, 이전의 다른 여배우들이 자신의 성형이나 다이어트 경험을 의미화하는 것과 다르다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나는 김선아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 타이틀들을 보고 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김선아, "혹독한 다이어트 방법을 따라하지 않으셨으면" 고백
<여인의 향기> 김선아, "밥은 하루 한 끼, 잠은 두 시간만" 다이어트 비법 밝혀…
외모/몸매주의 이데올로기가 잠식한 사회에서의 여성의 고통에 대한 김선아의 발언은 왜 '고발'이나 '경고'가 아니라 '고백'일까? 대답은 사실 진부하다. 날마다 스스로의 몸에 새겨 넣는 지배적인 몸의 이미지를 읽어내고 그 불일치를 자각하는 이 여배우의 생생한 증언이 '다이어트 비법'으로 전유되어 화제가 되고 유통될 만큼, 우리 모두 외모/몸매주의 이데올로기를 자연스럽게 체화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몸에 갇힌 '여성'들의 현실
▲ <몸에 갇힌 사람들>(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창비 펴냄). ⓒ창비 |
게다가 외모, 몸에 관한 규율은 이제 어떤 특정한 직업 혹은 계층에 한정되어 있다기보다, 전 세계에 걸쳐 거의 모든 계층의 여성들에게 퍼져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생애 주기에서 볼 때 평생에 걸쳐 '나잇값'의 기준에 따라 세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갓 10대에 접어든 소녀부터 할머니까지 거의 모든 여자의 일상적인 의무가 된 것이다(2000억대라는 10대 화장품 시장, 20대부터 노년 여성까지 각 세대 맞춤식의 '안티 에이징' 시장을 떠올려보라).
사회적으로 '아름답다'고 재현되는 여성의 외모나 몸무게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달성' 불가능하고,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유지, 갱신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성' 불가능하다. 그래서 애초에 실패 가능성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
걸 그룹의 다이어트 식단, 중년 여배우의 '방부제 외모' 유지 비결, 각종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법 등은 '매우 드문' 성공 케이스이기 때문에 이슈가 되기보다 0.0001%일지라도 '성공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된다. 자신의 몸에 책임을 지고 몸으로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는, 외모/몸매주의 이데올로기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연예 산업에서 여성 연예인은 자신의 인격, 능력, 정체성 등 모두를 자신의 몸을 통해 증명해야 하는 존재이니, 김선아의 발언은 '자기 고백'이라기보다 '사회적 고발'에 가까운 것 아닐까?
'신체 불안정화의 시대'를 누구의 시선에서 읽을 것인가의 문제
정신분석 심리치료사인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은 이처럼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불안정성'이나 '신체 수치심'이 너무나 일반화되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 고정적인 이미지와 문화의 확산을 통해 개개인들의 몸과 몸에 대한 인식을 불안하게 만듦으로서 이익을 취하는 구조가 공고한 현재 상태를 '신체 불안정화의 시대'라 일컫는다. 개개인들이 몸을 개조, 변형, 증강, '완성'하는 일은 몸에 대한 현재의 왜곡된 문화와 이미지, 성형, 다이어트 등의 산업에 의한 고난이나 억압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돌보는' 자기 계발이나 역량 강화의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매우 우려스럽게, 하지만 강하게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몸에 갇힌 사람들>이라는 제목은 이전부터 지속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몸은 절대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중요한 주장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몸에 대한 열망을 개개인들의 사적인 경험이 아닌, 몸의 권리를 박탈해온 사회문화적 인식과 체계에서 나타나는 집단적인 현상으로 읽을 것을 요청한다. 몸을 '몸으로서' 나타내는 여러 가지 반응들(이를테면 '지치고, 다치고, 쇠락하고, 활기 넘치고, 즐겁고, 좌충우돌하는' 것)로서가 아니라 비물질화된 것으로 인식할 때, 개조하거나 더 이상 '업데이트' 할 수 없는 몸, 그래서 한계를 갖는 몸에 대한 불안과 강박은 더욱 심화될 수 없다.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지배적 문화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변화시킴으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몸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시대적 특징으로 드러난다는 것은, 그만큼 외모, 성형, 다이어트 산업의 생산과 소비를 '억압과 피억압' 구도로만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라는 것을 암시한다. 다른 한편으론 외모와 몸이 단순히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자아 존중감 및 정체성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것도 드러낸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외모관리나 다이어트, 성형 등의 개조 프로젝트의 이유를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내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한다. 수지 오바크를 찾아와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으는 것처럼, 여성에게 자신의 몸(그들 스스로의 말에 따르면 '흠' 투성이인)을 개선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조절하며 통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행위이다. 이에 대해 수잔 보르도 역시 <여성의 몸, 어떻게 읽을 것인가>(케티 콘보이 외 지음, 고경하 외 옮김, 한울 펴냄)에 실린 '몸과 여성성의 재생산'(제 5장)이란 논고를 통해 "젊은 여성은 갈망하고, 원하고, 욕구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가 알게 되는 동시에, 의지를 발휘해 그러한 욕구를 극복하면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알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몸에 갇혀 있는' 시대적 증상은, 성별 뿐 아니라 몸을 규율하는 나이, 계급, 성 정체성, 장애 여부 등에 따른 세밀한 해석을 필요로 하는 정치적인 문제이다. 수지 오바크는 여성들이 (남성과는 다르게) 관찰자의 응시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외부에서 관찰하는 존재로 사회화되어 왔다는 사실, 비만과 같이 개인적 자질로 여겨지는 문제들이 사실은 빈곤이나 저소득과 같은 계급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을 몸의 발달 조건이나 사회적 압력, 이미지의 확산, 부모와 같은 가족 구성원들의 세대 전달 등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외모/몸매주의 이데올로기를 지탱하는 화장품, 성형, 다이어트 산업은 여성의 임금노동과 높은 소비 수준을 필요로 하는 심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을 남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 참여시키도록 하는, '매우 경제적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체계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의 조건은 지배적인 문화의 정상적 이미지와 자기혐오 사이에서 '못생긴 채로, 뚱뚱한 채로 사느니 평생을 (과식증 및 폭식증과 같은 섭식 장애, 성형 수술로 인한 부작용과 장애, 심지어는 죽음 등과 같은) 고통 속에서 사는'는 행위를 지속시키는 것이다.
수지 오바크가 우려하는 대로, 사람들이 몸을 통해 느끼는 고통이 너무나 보편적인 현재의 상황은 가히 '공중보건의 위기 상황'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갇힌 몸'과 그것을 유지시키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집단적이고 광범위한 '저항', 억압적인 이미지와 다른 전복적인 몸 이미지의 확산을 기대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아네트 쿤이 <이미지의 힘>(이형식 옮김, 동문선 펴냄, 원제 'The Power of the Image : Essays on Representation and Sexuality')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지배적인 표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것, 그래서 그것을 변형시킬 가능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필요한 일이다. 자신의 욕망과 갈등하더라도 억압적인 지배 이미지와 시선에서 비껴서 보려는 시도, 몸의 정상적인 이미지들과 기준을 만드는 조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굳건한 경계를 계속 흐트러뜨리려는 시도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저자가 1978년도에 쓴 책의 제목인 <비만은 페미니즘의 주제다>(원제 'Fat is a feminism issue')가 현재에도 진행형의 의미를 갖는 것만큼이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규율과 억압이 어떻게 '여성됨'의 형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고, 이러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해석할 수 있는, 이미 출판된 다른 여성주의 도서와 오바크의 책을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여성의 몸, 어떻게 읽을 것인가?>(케티 콘보이 외 지음, 고경하 외 옮김, 한울 펴냄).
<다이어트의 성 정치>(한서설아 지음, 책세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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