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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양복 차림 직장인, 걷기운동 효과 있을까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걷기 운동은 무조건 좋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렇다’고 말한다.
걷기 운동은 고혈압 치료는 물론 관절염, 요통 등 각종 질환을 비롯해 다이어트 요법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걷기 운동에 대한 예찬론은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 보도를 통해 수없이 반복돼 소개돼 왔다.
하지만 그것이 운동이 아니라 출·퇴근과 업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동’을 위한 걷기라도 똑같은 운동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실제로 걷기 운동에 적합한 복장과 신발을 갖춰 신고 맨 땅의 운동장이나 조깅 코스를 걷는 것과, 양복이나 정장 치마에 구두와 하이힐을 신고 딱딱한 보도블럭의 도심 거리와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약간 엇갈린다. 걷지 않는 것보다는 그래도 몸을 움직여 걷는 것이 훨씬 좋다는 의견과 바른 걷기가 아니라면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한국체육진흥회 한국걷기연맹 윤선출 사무국장은 “걷는 건 무조건 좋다, 안 걷는 것보다는 훨씬 몸에 좋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5일간 하루 30분 이상 걷는다면, 심장마비의 37%를 예방할 수 있다는 런던 국립심장포럼의 연구결과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의사로부터 심장 건강을 위해 운동량을 늘리라는 충고를 받았거나, 심장질환의 회복기에 있는 사람에게 걷기는 최고의 운동이라는 것.
특히 윤 국장은 사람의 인체구조상 맨 발로 맨 땅을 걷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것이 꼭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도심 속 보도블럭을 구두나 하이힐을 신고 걷을 때 발에 가해지는 충격도 적당한 수준이라면 괜찮다는 얘기다.
윤 국장은 “다만 그 충격의 수준이 어디까지가 괜찮고, 어디까지는 위험한 지에 대한 구체적인 학계의 연구결과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전제는 올바른 걷기여야 한다. 발은 1㎞를 걸을 때마다 대형트럭 두 대 분인 15t의 압력을 받는다. 발이 걸을 때의 이 압력을 이용해 아래로 몰린 피를 심장쪽으로 품어주는 펌프역할을 담당하지만,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제2의 심장’ 기능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안메디포츠 전영순 원장은 “걷는 자세가 바르지 않고 뒷꿈치가 딱딱한 구두를 신고 걷는 것은 몸을 쉽게 피로하게 만들고 허리 통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충고한다.
앞·뒤에서 봤을 때 몸이 좌우, 상하 균형을 잃은 채 걷다 보면 일부 근육, 관절에만 집중적인 힘이 쏠리면서 허리, 등에 통증이 오는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에는 맨 땅을 걸을 때와 도심 속 보도블럭 위를 걸을 때, 운동화를 신고 걸을 때와 구두나 하이힐을 신고 걸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나 충격의 차이 등에 대한 공신력 있는 비교 보고서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적인 스포츠화 업체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는 이를 실험할 장비는 있어도 워낙 다양한 변수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이를 비교한 연구결과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담당자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그렇다면 생활 속 ‘만보 걷기’를 실천하는데 가장 많이 활용되고, 홍보되고 있는 지하철 걷기의 운동효과는 어떨까. 하루 이용객 800만명, 연간 약 22억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이야말로 시민들의 일상 속에 자리잡은 걷기 운동의 주 무대.
일단 집이나 사무실에서 지하철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동안 걸어야 하고, 또다시 지하철역에서 지하철 승강장까지 2~3번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패턴 때문에 느린 걸음걸이보다는 빠른 보폭의 걷기가 일상화돼 있어 속보를 권하는 운동 전문가들의 요구사항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실제로 정부와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측은 ‘정확한 시간’과 ‘생활 속 걷기운동’을 다른 대중교통 수단과 지하철의 차이점으로 부각시켜왔다.
지하철역엔 무엇보다 계단이 많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깊은 지하철역인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8호선 산성역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입구까지 직선 거리가 무려 53.91m에 이른다. 1호선 시청역(10.5m)의 5배.
8호선 산성역의 경우 지하철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가는데 엘리베이터만 3번을 갈아 타야 한다. 지하3층 승강장에서 지하2층까지 비스듬한 42m짜리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탄 후 지하2층에서 지하1층 매표소까지 30m 경사형 엘리베이터, 또다시 매표소에서 7m짜리 수직형 엘리베이터를 타야 지상으로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대부분의 이용객들은 총 70m에 이르는 에스컬레이터를 두 번 갈아타고 매표소에서 지상까지는 계단을 직접 걸어서 올라와야 한다. 여기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오히려 산성역처럼 아예 깊은 역엔 에스컬레이터가 잘 설치돼 있지만 오래된 지하철역엔 아직도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이 많다.
서울메트로(1~4호선)의 경우 총 117개역 중 57개역(48.7%)에, 도시철도공사는 148개역 중 115개역(77.7%)에 각각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상대적으로 서울 도심의 경우 아직까지는 계단을 많이 오르내려야 하는 셈이다.
계단을 걸을 때는 평지보다 약 3배 이상의 운동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두를 신었을 때는 계단을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큰 편이다. 등산을 갔을 때 한참 산을 내려오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걷는 자세가 흐트러져 약간 ‘뒤뚱 뒤뚱’ 걷는 등 뒤틀린 자세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평지보다 소요되는 힘과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큰 편인데 여기를 딱딱한 구두와 상대적으로 불편한 복장으로 바쁘게 이동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겐 마냥 좋은 걷기 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걷기운동본부에 따르면 잘 노는 아이가 하루에 2만6000보를 걷는데 비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은 3600보를 걷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현대인에게 만보걷기 운동을 권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걷는 것이 운동이 되던 시대는 지났다. 이강옥 상지대 체육학과 교수는 “자신의 자세를 확인하지 않고 잘못된 자세로 걷기를 습관화 할 경우 어린이의 휜다리, 체형 불균형이나 성인의 허리디스크, 퇴행성관절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걸음걸이를 바로 하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1순위”라고 말한다.
김태형기자 kth@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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