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박태균] 월드컵 부작용, 한방차 한 잔으로 '싸악-'.
월드컵 부작용 1호는 피로. 흥분하고 고함치며 응원하다 보면 피로가 쌓이게 마련이다. 한의학에선 피로로 인해 몸의 기운이 떨어진 상태를 '노권상'(勞倦傷)이라 한다. 오장(五臟) 가운데 노권상에 가장 취약한 장기는 간(肝)이다. 고달프고 피곤한 것의 근본, 즉 파극지본(罷極之本)으로 간이 꼽힌다.
부작용 2호는 수면 부족.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경기는 토고전을 제외하곤 모두 새벽녘에 펼쳐진다. 낮에 꾸벅꾸벅 졸거나 일에 집중하지 못한 채 멍한 상태로 지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부작용 3호는 과음. 함께 응원하고 뒤풀이까지 하다 보면 음주량이 평소보다 크게 늘 수 있다. 과음한 다음날엔 숙취에 시달릴 것이다. 월드컵 시즌, 피로와 주독(酒毒)을 풀고 숙면을 돕는 한방차를 소개한다.
◆ 피로를 풀어주는 한방차=경희한방병원 한방내과 이장훈 교수는 "피로에 권하는 한방차는 쌍화탕"이며 "이는 간 기능을 북돋워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고 말했다. 몸이 무겁거나 몸살 기운이 있을 때도 효과적이다.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오미자 차도 훌륭한 피로 회복제다. 물 5~6컵에 오미자 10g을 하루 정도 담갔다가 달이면 오미자차가 만들어진다.
구기자차도 간을 보호하고 피로를 풀어준다. 비타민.루틴.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든 덕분이다. 응원으로 지친 상태에서 잠들기 전에 마신다.
매실차도 피로회복에 그만이다. 구연산.사과산 등 유기산이 매실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구연산은 피로할 때 우리 몸에 쌓이는 젖산을 분해시켜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매실에 든 구연산이 체내 피로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은 포도당의 10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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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을 유도하는 한방차=숙면을 돕는 대표적인 한방차는 대추차다. '천연 수면제'라는 별명이 그 효능을 말해 준다. 잠들기 전에 마시면 짧은 시간 수면을 취하더라도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광동한방병원 문병하 원장은 "대추씨에 신경을 이완시켜 잠을 잘 오게 하는 성분이 다량 들어 있다"며 "대추씨를 빼지 말고 통째로 삶아 차로 만들거나 씨만 50개가량 모아 달여 마시면 좋다"고 조언했다.
대추차는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두세 토막으로 썬 대추를(대추씨와 함께) 은근한 불에 끓인 뒤 적당히 우러났을 때 마시면 된다. 약한 불로 푹 달인 뒤 대추가 부드러워지면 체로 걸러내고 은근한 불에서 다시 오래 달이는 방법도 있다. 이 대추차는 맛이 더 진하다. 기호에 따라 대추차에 꿀을 넣어 마셔도 좋다.
문 원장은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술 대신 대추차를 마시고, 주위를 어둡게 해 놓은 상태로 TV 시청을 하면 경기 후 잠이 잘 올 것"이라고 말했다.
◆ 숙취 해소에 좋은 한방차=월드컵 기간 음주로 인한 숙취엔 칡차(갈근차)가 특효약이다. 칡을 한방에선 갈근이라 한다. 한의학에서 간을 보호하고 주독을 풀어 주기 위해 처방하는 청간해주탕(淸肝解酒湯)의 주성분이 갈근이다.
다사랑한방병원 심재종 원장은 "술을 많이 마시면 몸에 습하고 더운 기운(濕熱)이 쌓이게 되므로 이 습열을 없애는 것이 주상(酒傷) 치료의 핵심"이며 "갈근은 음주로 인해 쌓이는 습열을 풀어준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기간은 초여름이다. 땀을 많이 흘리고 쉽게 지친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다 보면 갈증도 금방 느끼게 된다. 이 경우 맥문동.인삼.오미자 등 세 약재로 이뤄진 생맥산이 추천된다. 원래는 한약이지만 옅게 끓여 차처럼 마셔도 상관없다.
아름다운 김혜남 한의원
원장은 "인삼은 기를 올려 주고, 맥문동은 진액을 보충하며, 오미자는 기를 모아 준다"며 "생맥산차를 마시면 땀이 덜 나고 갈증이 가시며 식욕이 촉진된다"고 전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 생맥산차
.재료:인삼 15g, 맥문동 30g, 오미자 10g
.제조법:
① 인삼.맥문동.오미자를 흐르는 물에 씻는다
② 물 1.2ℓ에 약재를 함께 넣고 센 불에서 끓이기 시작한다
③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이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더 끓여 낸다
④ 체로 약재를 거른다
⑤ 매일 3회씩 나누어 마신다
⑥ 꿀을 넣고 차게 해 음료수로 마셔도 좋다
*** 갈근차
.재료: 갈근 25g , 진피 20g , 물 1.2ℓ
.제조법:
① 갈근과 진피를 흐르는 물에 씻는다
② 갈근과 진피를 물에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③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이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더 끓여 낸다
④ 체로 약재를 거른다
⑤ 매일 3회씩 나누어 마신다
*** 쌍화탕
.재료: 작약 10g, 황기6g, 당귀 6g, 천궁 6g, 숙지황 6g, 계피 4g, 감초 4g, 대추 4개, 잣 2작은 술, 생강 1톨, 물 1.2ℓ
.제조법:
① 약재들을 흐르는 물에 씻는다
② 쌍화차 재료와 생강, 물을 넣고 센 불에서 뭉근히 달인다
③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이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더 끓여낸다
④ 체로 약재를 거른다
⑤ 대추와 잣을 띄워 매일 3회씩 나누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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