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사이신에 의해 매운맛 형성... 발육성장률에 도움
[데일리안 강명기]
고추의 원산지가 남아메리카의 아마존강 유역으로 알려져 있는 고추는, 페루에서는 약 2000년 전부터 재배되었다. 그러다가 신대륙과 함께 후추를 대신 할 붉고 매운맛의 향신료인 고추를 만나게 된 것이다.
우리 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것은 일본을 통해서이다. 약 300여년전인 1700년 무렵이므로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고추가 왜겨자, 혹은 남초, 왜초 등으로 불렸던 것도 이렇듯 남쪽지방을 통해 유입된 것임을 시사한다.
최근 고추를 섞었을 때 식용유의 산패가 눈에 뛰게 억제된다는 실험결과가 보도되었는데, 이는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 때문이다. 김치에 젓갈을 넣어 맛을 낼 수 있는 것도 이 성분이 젓갈의 비린내를 없애고 지방산패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편, 고추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E도 산패방지의 역할을 해서 젓갈의 산패방지를 돕는다. 또 고추에는 사과의 50배, 귤의 2~3배나 되는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는데, 캡사이신 때문에 쉽게 산화되지 않아 조리시 손실도 적다.
우리가 긴 겨울 동안 신선한 채소의 공급없이 김치만 먹는 데도 비타민 C의 부족을 심각히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고추의 공이 크다고 하겠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젓산균의 발육을 도와, 김치를 먹는 사람이 유산균음료를 따로 마실 필요가 없다.
김치에 고추를 침에 섞고 녹말을 첨가하면 보통 때마다 녹말의 소화율이 더욱 높다는 발표도 있었고, 쥐의 사료에 5%의 고추를 섞어먹이면 그러지 않았을 때보다 발육성장률이 높았다는 실험결과도 있었다.
김치에 고추를 조미한 선조들의 슬기는 그 어느 민족도 따를 수 없는 창의력이라고 보아진다. 이와 더불어 고추장에서 발휘되는 고추의 역할 또한 만만치 않다. 천여년이 넘는
장 빚는 솜씨가 만들어낸 고추장은 빠른 시간 내 한국음식의 기본조미료로 자리잡았다.
생선조림에 넣어 비린내를 가시게 할 수도 있고, 얼큰한 매운탕이나 육개장에 넣어 식욕을 돋구거나 고기를 넣고 볶은 고추장으로 저장성 높은 밑반찬을 마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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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도 고추의 도입으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우리의 식탁이 화려해 졌다는 사실이다. 주로 찌거나 끓이는 조리법이 사용되는 우리의 음식은 식품 고유의 색을 상실하기 쉬운데, 붉은 고춧가루가 가미되면서 그러한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고추의 붉은 빛은 수십 종의 색소가 어우러져 발현된 것으로, 특히 한국산 고추에서는 무려 45종의 색소가 추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아름다운 고추의 빛깔이 식탁을 화려하게 변화시키고 식욕을 자극한다.
고추의 효능
고추가 위에 들어가면 위점막을 자극하여 위액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나게 하며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한다. 흥분, 국소자극, 구충, 건위, 식욕부진, 소화불량, 위염, 복부질병, 류마치스신경통, 동창, 모기기피제 등에 사용한다
캅사이신과 비타민 A·C
고추는 우리 식탁에서 빠뜨릴 수 없는 전통 식품이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고추의 매운 맛이 경기불황일 때 더욱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이는 한의학적으로 볼 때 일리가 있는 말이다. 매운 맛은 기운을 발산하는 성향이 있어 마음 속에 고여 있는 우울함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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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의 매운맛은 바로 ‘캡사이신’이란 성분 때문이다. 고추 중에서도 가장 맵기로 소문난 청양고추의 경우 캡사이신 성분이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고추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인간을 제외한 포유동물은 캡사이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캡사이신이 신경의 단위인 뉴런을 자극해 심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고추는 성질이 뜨겁고 맵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차서 소화 장애를 자주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식품이다. 매운 맛이 소화를 촉진시키고 침샘과 위샘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고추의 주성분은 캡사이신 외에도 비타민 에이, 씨가 많이 들어 있다. 요즘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냉방에 계속 노출되면 각종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운데 비타민 에이는 이에 대한 저항력을 증진시킨다.
고추에 포함된 비타민 씨는 사과의 20배일 정도로 풍부하다. 게다가 캡사이신이 비타민이 산화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조리를 해도 영양소 파괴가 적다. 하지만 공기 중에 오래 방치하면 캡사이신 성분이 서서히 증발해 비타민의 효능이 떨어진다.
고추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권장된다. 이 또한 캡사이신 덕택에 지방세포에 작용하여 몸속 지방을 분해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매운 성분의 고추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피부에 반점이 생기고 위를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위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강명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