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볼 때 돋아나는 ‘닭살’을 신기해하는 사람이 있지만, 닭살이나 뱀살은 단순한 피부 유형이 아니다. 닭살과 뱀살 피부가 심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럽다. 게다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에는 닭살과 뱀살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춥거나 무서운 기운이 느껴질 때 살갗에 좁쌀처럼 오톨도톨하게 돋아나는 닭살. ‘소름’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피부 속 잔털 주변의 근육이 수축해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항상 닭살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모공각화증’에 속하는 경우이다. 모공각화증은 흔히 여드름과 오해되기 쉽다. 여드름이 모공에 지방이 쌓이는 반면, 모공각화증은 모공에 각질이 쌓여 발생한다.
성인 10명 중 4명이 모공각화증을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지만, 가려움증이나 통증이 없기 때문에 미용상의 문제 외에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질환부위를 자꾸 만지면 끝이 노랗게 곪을 수 있다.
닭살 피부는 대개 2세 전후에 처음 생기고 20세 정도까지 심해지다가 성인이 되면 서서히 없어진다. 주로 팔, 허벅지, 어깨의 바깥쪽에 많이 생기며 엉덩이나 팔꿈치 아래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불그스름하거나 회색빛을 띠기 때문에 미관상 좋지 않다. 모공마다 오톨도톨하게 돋아나다가 끝이 딱딱해지고 손톱으로 긁으면 떨어진다.
모공각화증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이다. 습도가 높을 경우 증상이 좋아지지만 요즘처럼 건조한 겨울에는 악화한다. 목욕을 하면서 때를 세게 밀면 돌기 부분이 벗겨져 피부가 상하고 검게 변할 수 있다. 현재까지 모공각화증을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 다만, 심한 닭살이 아니라면 평소 각질제거나 피부 보습 등에 조금만 신경을 써도 증상이 호전된다. 목욕할 때 미지근한 물에 몸을 불리고 각질제거제를 발라 부드럽게 마사지하면 도움이 된다.
닭살처럼 ‘뱀살’도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뱀살의 정식 명칭은 유전성 각화증의 일종인 ‘어린선’이다.
어린선도 유전과 관계 깊은 피부 질환이다. 피부 각질층 밑에 있는 과립층에서 단백질(필라그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지 못해 나타난다.
어린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생후 3개월 이후에 시작되며 작고 납작한 각질이 팔다리에 심하게 나타나는 심상선 어린선(우성 어린선)은 성인이 되면서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열성 어린선은 우성 어린선에 비해 비늘이 두껍고 크며, 손바닥이나 발바닥에도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반성 어린선은 주로 목 부위, 얼굴이나 귀에 나타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남성들에게만 유전된다.
세 가지 어린선 모두 여름보다 겨울에는 증세가 나빠진다. 피부 특성상 보습관리가 힘들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 수분을 뺏기기 쉽기 때문이다. 날씨가 춥다고 사우나나 샤워를 자주 하는 경우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귀 주변에 각질층이 쌓이는 경우 각질층이 귓속에 쌓일 수 있으므로 귀 주변 관리도 신경 쓴다. 어린선은 특히 팔, 다리 등 접히는 부분에 증상이 심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편안한 면 소재 옷을 입는다.
가습기로 촉촉한 환경을 유지해 주고, 하루 8잔 이상 물이나 차를 마셔 체내 수분을 공급한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도움말: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김상석 교수, 테마피부과 이윤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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