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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산행 자칫 저체온증
[뉴스데스크]● 앵커: 깊어가는 가을, 요즘 단풍이 절정이죠.
그런데 별 준비 없이 단풍산행에 나섰다가 저체온증으로 쓰러지는 등산객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박민주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새벽 3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 설악산 오색 등산로 입구입니다. 등산객들이 버스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체감 온도가 0도에 가깝지만 여기저기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 인터뷰 : (춥지 않으세요?) "한 5분만 가면 땀납니다. 늘 그렇습니다. 5분만 가면 땀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산행이 시작됩니다. 30분 쯤 지나자 숨소리가 거세집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른 첫 번째 고개. 새벽 공기를 가르는 강풍이 밀려옵니다.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자 등산객들은 서서히 중무장을 시작합니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외투를 겹겹이 껴입지만 흘린 땀이 순식간에 얼 만큼 바람은 매섭기만 합니다.
대청봉 정상까지 3분의 2 정도 올라 왔습니다. 현재 온도는 영하 6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여기서부턴 그야말로 고난의 산행이 시작됩니다.
● 임희옥 : "날씨가 굉장히 춥고, 귀도 시리고. 손도 시리고... 그렇습니다."
방한복으로 완전 무장했지만 추위는 아주 혹독합니다.
● 인터뷰 : "추워요." (많이 추우세요?) "네." (완전 무장하고 오셨는데요)"그래도 추워요"
날이 밝으면서 햇살이 비칩니다. 하지만 바람은 살을 엘 듯 더욱 거세져 얼굴조차 들기 힘듭니다. 얼굴을 칭칭 감고 발을 동동 구르지만 별 소용없습니다.
● 인터뷰 : "이런 높은데 안 와 봐가지고... 옷을 좀 더 준비해올 걸...이런 생각이."
● 인터뷰 : "아이고. 추워서 뭐 입이 다 안 다물어져 가지고...덜덜덜 떨었는데..."
등산로 옆으로 흐드러진 단풍에는 눈길 한번 줄 여유가 없습니다.
급기야 저체온증으로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하산하는 등산객이 속출합니다. 뒤늦게 구조대의 외투를 덮었지만 체온을 너무 빼앗겨 거의 실신 상태입니다.
● 설악산 구조대원 :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는 게.. 올라오시는 분들이 준비를 미처 못 해 오셔가지고요."
설악산 대청봉 정상입니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가만히 서있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서 한겨울 복장이 아니면 단 10분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등산객들은 정상에 오른 기쁨보다, 추위에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두꺼운 외투로 온 몸을 감싸보고 담요에 몸을 푹 파묻어 봐도 꽁꽁 언 몸은 좀처럼 풀리지 않습니다.
● 이금희 :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추워요. 바람도 황소바람이 불어서요..."
온 몸이 얼어붙은 채 산을 내려오는 길. 잇따라 만나는 등산객들은 산 정상의 혹독한 추위를 아는지 모르는지 가벼운 가을 옷에 얇은 운동화 차림입니다. 마치 동네 뒷산 나들이에 나선 듯 합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가을엔 위험천만입니다. 산 아래는 포근해도 정상에 오르면 체감온도가 20도 이상 차이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 고석빈(설악산 산악 구조대) : "최근에는 기온이 갑자기 변하기 때문에 저체온증 신고가 많습니다. 보온이 되는 복장을 준비 안하면 위험합니다."
최근 5년간 등산객 사고는 6천 건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4분의 1 정도는 지금 같은 단풍 절정기인 10월 한 달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MBC 뉴스 박민주입니다. (박민주 기자 minju@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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