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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다이어트_“부드러운 모습 잊어주세요”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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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모습 잊어주세요” 한석규
[경향신문 2004-10-18 17:15]

한석규는 몰라볼 만큼 달라보였다.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시사회 후에 만난 그는 좀 야위었고, 짧게 깎은 머리와 꺼칠한 수염 탓인지 딴 사람 같았다. ‘나쁜’ 남자로 나온 ‘주홍글씨’의 극중인물과도 달랐다.
한석규는 “단정한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며 다이어트를 부인했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176㎝에 65㎏”이라고 말했다. 이어 “키는 176.5㎝인데 전 176㎝라고 하고, 그렇게 소개된 걸 보고 마누라가 177㎝라고 하지 왜 깎느냐고 하더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주홍글씨’는 금지된 사랑의 광시곡으로 명명할 만한 스릴러풍 멜로드마마.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반장을 축으로 재즈 가수, 첼리스트, 사진관 여인이 빠진 네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한석규는 형사반장 기훈. 치정살인 혐의를 받는 사진관 여인(성현아)을 수사하는 기훈은 순종적인 첼리스트 아내(엄지원)를 두고 재즈 싱어 가희(이은주)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주홍글씨’의 어떤 점이 좋았나.
“탐욕에 관한 주제를 다룬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느낌이 ‘확’ 왔다.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점이 좋았다. ‘어른의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현재 도시인의 이야기를 세련되게 포장한 점에도 끌렸다.”
-오랜만에 악역을 했다.
“악역을 한 건 ‘서울의 달’ ‘넘버3’ 이후 이번이 세번째다. 그간 주로 운신의 폭이 좁은 인물이 힘든 순간에 겪는 이야기를 했다. 기훈은 진폭이 넓은 인물로 그가 가장 좋을 때 겪는 이야기여서 매력을 느꼈다. 악역은 묘한 쾌감, 시원한 해소감같은 걸 준다.”
-꾹꾹 누르기보다 내지르는 연기를 했다.
“본능적인 연기를 하고 싶었다. 경험에 의한 연기는 한계가 있다. 내재된 기훈적인 면을 최대한 살려 본능적인 연기를 했다. 진폭이 넓은 연기를 통해 살아있는, 역동적인 인물을 펼쳐냈다.”
실제로 ‘주홍글씨’의 한석규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거울을 보고 짓는 섬뜩한 표정을 비롯해 살인 용의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정부와 열정적으로 몸을 섞고, 자신의 승용차에 갇힌 극한 상황에서 울부짖는 모습 등이 전율을 느끼게 한다.
-모든 비밀이 드러나는 자동차 트렁크 장면이 인상적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가장 강력하게 각인된 신이다. 관객들에게도 그렇게 남도록 해야 했다. 그 일환으로 촬영에 앞서 은주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실제로 트렁크에 갇혀 20여분 동안 있어 봤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촬영은 카메라 앵글상 1.3배로 키운 트렁크에서 3일 동안 풀로 찍었다.”
그 이유로 그는 “끊어서 찍으면 멍·피 분장 등을 새로 해야 하고, 감정의 흐름도 끊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촬영이었다”고 덧붙였다.
-철저히 계산된 연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간접 경험을 토대로 많은 준비를 하고 계산된, 상상의 연기를 했다. ‘은행나무 침대’에서 징그럽도록 계산한 연기를 했는데 그게 싫어서 ‘초록물고기’로 변화를 꾀했다. 이번에도 계산에서 해방된 즉물적인 연기를 했다.”
-이전 영화의 베드신을 모두 더한 것보다 더 많은 베드신, 농도짙은 베드신도 했다.

“벗는 건 게의치 않았다. 죽어있는 베드신, 없어도 될 베드신, 배우의 몸만 보이는 베드신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기훈과 가희의 베드신, 두 남녀의 절절한 ‘사랑’이 녹아든 베드신을 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 식구는 모두 한 방에서 잔다. 아내와 난 예전 성우시절 경험을 되살려 세 아이(6·4·2살, 2녀1남)에게 동화를 실감나게 들려주고는 한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모두 모유를 먹였다. 두돌이 안된 막내는 요즘도 먹고 있다. 아내는 5남매의 막내, 난 4형제의 막내로 자라 식구가 많은 걸 좋아한다. 넷째를 가질 수도 있는데 넷째를 낳으면 어디에 재우면 좋을지 그런 고민도 해본다.”
-항간에 ‘감독설’이 나돌았는데.
“예전에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었다. 요즘엔 문득문득 생겨 이제는 하고 싶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다리는데 아무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 일례를 든다면.
“천생연분에 대한 것이다. 각각 아내에 대해, 남편에 대해 천생연분이라고 확신하는 두 남녀가 만나 진짜 천생연분이라고 여기면서 겪는 아픔을 그려보고 싶다.”
한석규는 이어 “감독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배우는 그것을 실어나르는 사람”이라면서 “배우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던지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연작을 정할 때 이 시점에 해야 할 이야기인지,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지를 가장 고려한다”면서 ‘주홍글씨’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를 한 지 10년 됐고, ‘주홍글씨’가 10번째 영화예요. 나이도 마흔이 됐고요. ‘주홍글씨’로 어떤 산 하나를 올라간 느낌인데 이제는 또다른 산을 올라가는 새로운 등정에 나설 겁니다.”
그는 “몸도 마음도 가장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면서 “영화와 연기를 위해 모든 걸 걸겠다”고 역설했다. 그 시작을 엿볼 수 있는 ‘주홍글씨’는 오는 28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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