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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국산 발효차 ‘소문과 진실’
푸얼(보이)차, 우룽(오룡)차, 철관음, 홍차 등 중국산 발효차들의 인기가 국내 녹차를 위협할 정도로 거세다. 그 이면에는 ‘다이어트에 좋다’ ‘몸이 냉한 사람에게 좋다’는 등의 소문이 한몫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중국차는 농약 범벅이라는 얘기도 돈다. 중국차를 샀다가 알고 보니 ‘가짜’라서 낭패를 본 경우도 종종 있다. 중국산 발효차를 둘러싼 소문의 진위에 대해 전문가 다섯명에게 물어본 결과를 정리했다. (도움말: 〈중국차의 이해〉 저자 김경우, 방대원 프라임티 과장, 이영종 경원대 한의대 학장, 서영배 대전대 한의대 학장, 〈다반사〉 저자 혜우 스님)
중국차는 비위생적이다?
중국에서 정식으로 통관을 거쳐 수입되는 차의 경우, 검역 절차를 밟기 때문에 비교적 믿을 만하다. 농약이나 중금속을 심각하게 함유한 경우도 드물다. 문제는 밀수나 소위 ‘보따리 장수’를 통해 반입된 차인데, 이 경우는 물론 제품의 질에 대한 공식적인 점검이 없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중국에서도 소비가 안 되는 저질 제품이 건너오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유입되는 중국차가 국내 소비량의 80~9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제품이 통관을 거쳤는지 확인하려면 제품에 한글로 된 ‘품질사항’이 붙어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하얀색 스티커에 한글로 쓰인 이 제품설명이 없는 제품은 통관을 거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중국차에는 가짜가 많다?
엄밀한 의미에서 가짜 차는 없다. 찻잎으로 만든 한, 가짜 차는 아니다. 비싼 값을 주고 샀는데, 알고 보니 값에 상응하지 않는 싸구려 차가 있을 뿐이다. 차 초보자들이 안목 없이 이른바 ‘명차’만을 찾다가 바가지를 종종 쓴다. 중국 차 산지까지 가서도 멀쩡하게 당하는 경우도 많다. 순진한 차 애호가를 속이는 수법도 가지가지다. 한국의 상식대로라면, 공항의 면세점 같은 곳은 값은 비싸도 품질은 보증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에서는 이 상식이 꼭 통하지만은 않는다.
전문가들은 “아는 만큼만 사라”고 조언한다. 즉 명차를 구분할 만한 미각이 있지 않다면 무리하게 고급품을 찾지 말라는 얘기다. 이런 부류가 폭리를 취하는 상인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차 초보자라면 저렴한 가격의 차부터 차근차근 맛을 보는 것이 순서다. 소위 싸구려 차 중에서도 초보자가 즐길 만한 수준의 차는 얼마든지 있다.
그래도 굳이 고급차를 맛보고 싶다면, 초보자가 상대적으로 쉽게 점검하는 방법은 있다. 차를 아주 진하게 타보는 것이다. 차의 양을 보통 때보다 두세배 더 넣고, 평상시보다 오래 우려내도 맛이 역하지 않으면 고급차다. 그러나 이 정도를 알아내는 것도 쉽진 않다.
중국차는 다이어트에 좋다?
중국차가 다이어트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찻잎에는 지방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어서 차와 음식을 같이 섭취하면 지방의 체내 유입을 줄인다. 심지어 체지방을 직접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사실이 소문으로만 돈 이유 중 하나는 차가 의약품이 아니고 식품이라서 관련 규정상 이 효과를 업체들이 광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혹 체중을 줄여준다는 뜻의 ‘감비차’라는 제품도 눈에 띄는데, 중국에 그런 이름의 전통차는 없다. 몇몇 유통업자들이 저질의 오룡차나 보이차를 이렇게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해서 파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단 ‘중국차만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면 틀린 말이다. 국산 녹차 역시 찻잎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비슷한 효과가 있다. 물론 차에 따라서 그 효능이 조금씩 다르다. 이 부분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또 한가지, 중국차가 다이어트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차를 먹는다고 해서 바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차는 ‘따뜻한’ 성질이 있다?
“녹차가 서늘한 성질이 있고, 중국의 발효차는 따뜻한 성질이 있다. 그러므로 몸이 찬 사람은 발효차를 먹어라.” 이 얘기를 듣고 중국차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한방에서는 차가 기본적으로 서늘한 기운을 가졌다고 본다. 다 자란 찻잎을 해열제로 처방하기도 한다. 그래서 몸이 찬 사람은 아예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녹차와 발효차를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숙성의 과정을 거친 발효차가 상대적으로 온기를 더 품고 있다. 녹차의 경우도 제다 과정에서 서늘한 기운을 중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차에는 한과 등의 다식이 따라오는데, 차를 여러 잔 마실 경우 타닌이라는 요소가 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차는 모두 발효차?
제다 과정에서 발효를 거치느냐에 따라 차는 크게 녹차와 발효차로 나뉜다. 녹차의 경우, 발효과정 없이 신선한 찻잎을 볶아서 차 재료로 쓰는 반면, 발효차는 숙성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 기간이 30년을 넘기도 한다. 중국차 시장을 보면 약 70%를 녹차가 차지하고, 나머지 30%는 발효차의 몫이다. 국내에서는 값싼 중국 녹차로부터 한국 녹차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녹차에 3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중국 녹차를 주변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반면, 국산 전통 발효차는 드물어서, 중국산 발효차에 대한 수입 관세는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국내에서 눈에 띄는 중국차는 대부분 발효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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