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가늘고 배만 나온 '마른 비만' 많아
많이 움직이는 사람일수록 발병률 낮아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
한국인의 당뇨병 특징은 뚱뚱하지 않은데도 당뇨병에 잘 걸린다는 것이다. 현재 ‘성인 당뇨병’이라 불리는 제2형 당뇨병은 우리나라 전체 당뇨병의 80~90%를 차지한다. 이 성인 당뇨병은 통상 비만 인구에서 잘 생긴다. 거대한 지방 세포들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촌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조사에 따르면 성인 당뇨병 중 비만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2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상 체중에서도 당뇨병에 걸린 셈이다. 서양에서는 당뇨병 환자 중 비만이 70~80%를 차지한다.
당뇨 전문의 허갑범(許甲範·전 연세대의대 교수) 박사는 “한국인은 대부분 체중은 정상이지만 복부에 지방이 많은 일종의 ‘마른 비만’ 형태를 띠고 있다”며 “여기에 운동 부족으로 근육량이 떨어지면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즉 배가 나오고 다리가 가늘면 당뇨병과 가까워지고, 배가 들어가고 다리가 굵으면 당뇨병과 멀어지는 것이다.
한국인의 식습관도 당뇨병 발생을 유도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식단은 주로 쌀밥·국수·밀가루·녹말 등 탄수화물이 많은 곡류로 이뤄져 있는데, 탄수화물은 췌장의 인슐린 생산 부담을 늘린다. 췌장이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로 인슐린을 만드는데 지치면 불량 인슐린이 생산되고, 이로 인해 혈당 조절이 안 되는 악순환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국민 영양 조사에 따르면, 섭취 에너지 중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상회한다. 즉 밥 위주의 식사에서 벗어나는 것이 당뇨병과 멀어지는 길이다.
활동량이 부족한 생활습관도 당뇨병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연구에 따르면, 비만이지만 활동량이 많은 그룹과 말랐지만 활동량이 적은 그룹을 비교 조사한 결과, 체중에 관계없이 활동량이 많은 사람에게서 당뇨병이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많이 움직일수록 당뇨병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 당뇨병 상식 =
▲진단=8시간 이상 밥을 굶고 혈당치를 쟀을 때 수치가 126(mg/㎗) 이상 나오면 일단 당뇨병 진단.
▲주의점=공복 혈당치 110 이상이면 향후 당뇨병 발생 조심.
▲증상=체중이 줄고, 목이 자주 마르고, 소변량이 는다.
▲위험 대상=비만, 신체 활동 거의 없는 사람, 65세 이상,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는 사람, 4㎏ 이상 신생아를 낳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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