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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kg 헤비급 레슬러에서 패션모델로 변신한 김민철 | |
[레이디경향] 2004-09-22 18:01 | |
김민철은 130kg의 국가대표 상비군 헤비급 레슬러였다. 그는 세계적인 패션 모델이 되고 싶어 60kg을 감량, 무작정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첫번째 이노베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미쳤다고 했지만 김민철은 해냈다. 남자로서는 세계 최초로 오트 쿠튀르 무대에 서고, 현재는 피트니스 클럽을 운영하는 CEO로서 두번째 이노베이션에 한창이다. 김민철의 통쾌한 인생 역전 드라마를 만나본다. 레슬러에서 모델로 변신! 세계 최고 권위의 오트 쿠튀르에 서다 ‘나는 130kg의 레슬러였다. 패션 모델이 되고 싶었다.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나는 믿었다. 나는 나를 넘어섰다.’ 30초짜리 광고 하나로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한 사나이, 김민철(30). 130kg의 헤비급 레슬러에서 60kg을 감량, 세계적인 패션쇼 ‘오트 쿠튀르’ 무대에 선 모델로 변신한 그의 인생 역전 스토리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남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꿈을 결국 이루고 만 김민철의 성공 신화. 지난 6월 CF가 방영되기 시작한 직후 불기 시작한 ‘김민철 바람’은 좀처럼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덧 ‘김민철’이란 이름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도전의 상징’이 되어버린 느낌.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CF 스타로 급부상한 김민철은 “적응이 안 된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CF 한 편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어요. CF에 제 이야기가 소개된 직후 인터넷 팬 카페에 하루 1만 명씩 회원이 느는데,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사람들이 그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하나다. ‘잘생겼다’ ‘멋있다’ ‘몸매 좋다’ 식의 외모 지향적인 칭찬은 늘 뒤로 밀려나기 일쑤. 그는 사람들의 머릿에 ‘의지가 강한 사람’ ‘노력하는 사람’, 그래서 ‘더욱 멋진 사람’으로 각인돼 있다. 모델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서보기를 꿈꾼다는 세계 최고의 패션쇼 파리 오트 쿠튀르.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톱모델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그것도 금남의 무대로 통하는 오트 쿠튀르에 우리나라의 남자 모델, 그것도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무명 모델이 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하물며 그의 전직이 슈퍼 헤비급 레슬러라면? 사람들이 그를 동물원의 코끼리 보듯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게 좋았어요. 초등학생 때 이만기, 이준희, 이봉걸 같은 사람들을 보며 씨름선수의 꿈을 키운 것도, 84년 LA올림픽에서 김원기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중학생 때 레슬링으로 진로를 바꾼 것도 어찌 보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워서였는지도 모르죠.” 그는 전도 유망한 레슬러였다. 주니어 대표, 88 꿈나무, 국가대표 상비군, 국가대표까지 레슬링 분야에서는 엘리트 코스만을 걸어온 그의 이력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기장을 벗어나면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는 이 없다는 존재의 가벼움. 입장료가 무료여도 레슬링을 보러 오는 사람은 가물에 콩 나듯 했다. 게다가 130kg에 달하는 거구는 경기장만 벗어나면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쇼핑을 해도 맞는 옷이 없으니 대충 사이즈만 맞다 싶으면 그걸로 만족해야 하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제가 보기에도 흉측한데 남들이 보기에는 오죽할까 싶으면서 점점 정신이 피폐해져감을 느꼈어요. 그게 싫어 모델 일을 택했는데, 돌이켜보면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에게 인생의 변화가 온 것은 고 3때. 연이은 다리 부상으로 운동을 쉬는 동안 숙소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TV 보고 있을 때 우연히 발견한 남자 모델들의 워킹은 그의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아! 저거다’라는 느낌이 팍. 그후 그는 모델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그러기 위해선 다이어트가 필수였다. “처음에는 밥 굶기를 밥 먹듯 하며 살을 뺐는데 정말 그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싶어요. 그렇게 해서 뺀 살은 금방 원상태로 돌아왔죠. 결국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식사량을 엄청나게 줄인 상태에서 격한 운동을한다는 게 위험한 일이었지만, 목표가 뚜렷했던 만큼 정말 죽기 아니면 살기로 감량을 했어요. 급기야 3개월째는 75kg까지 줄일 수 있었죠.” 살을 뺀 후 99년, 김민철은 사진 몇 장 달랑 들고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 하나만 믿고 떠난 길이었다. 당시 그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 “네가 무슨 모델이냐”는 핀잔부터 “모델 학원 한 번 다녀본 적 없는 녀석이 프랑스는 웬… 미쳤냐?”는 험담까지. 하지만 그에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다. 목표가 분명한 도전이었으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리다 보면 언젠가 결실을 보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항상 목표를 크게 잡는 습성이 있다. 레슬링을 해도 가장 체급이 높은 슈퍼 헤비급 레슬링을 택해 빼기보다 어렵다는 체중 늘리기에 열을 올렸고, 모델 일을 시작할 때도 패션의 메카, 프랑스 파리를 도전 목표로 삼았다. “사람들은 제가 이뤄놓은 결과만을 보고 ‘대단하다’고 말하는데 그 성공 이면에는 말 못 할 시련이 많아요. 무작정 프랑스에 갔더니 동양 사람한테는 방조차 안 내주려는 거예요. 우리나라 돈으로 월세 1백50만원을 내고 한국으로 치면 여인숙 정도나 될까 한 곳에서 생활했어요. 1년 넘게 백수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죠. 동양 모델에 대한 편견은 물론이고 심지어 한국이란 나라를 아는 사람도 드문 프랑스에서 무시당하고, 거의 미개인 취급을 받으며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어요. 패션쇼 무대에 서보기는커녕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에이전시조차 없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하지만 몇 번을 생각해도 이대로는 안 되겠더라구요.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여기서 포기한다면 제 평생 마지막 순간에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왕 달리기 시작한 거 끝까지 한번 가보자 했죠.” 김민철은 끝내 해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던 중, 서구의 유명 모델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탄탄한 몸매를 인정받아 당시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디자이너 김지혜씨의 오트 쿠튀르 무대에 서게 된 것. 이후 그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세계적인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프랑스의 패션 도시 파리를 누볐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은 사람, 김민철. 그는 요즘 자신의 삶, 두번째 이노베이션에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피트니스 클럽 체인 락시(Roxy)의 트레이너 매니저로 활동하다 CEO의 자리에 오른 것. 그는 “명장보다는 덕장이 되기로 마음먹고 있다”며 CEO로서 포부를 밝혔다. 사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가지고 누구나 김민철만큼 성공할 수 있다면 세상에 성공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가 자신의 삶을 획기적으로 이노베이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끊임없는 노력’. 그는 새벽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운동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초등학생 때 운동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하루 3∼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그는 하루하루를 빡빡하게 살아냈다. CEO로 살고 있는 요즘에도 그는 회사 일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가 남는 시간을 회사 경영과 관련된 공부를 하는 데 온통 할애한다. 9년 전 첫사랑 이후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바빠, 연애 한 번 못 해봤다는 남자. 이 거짓말 같은 진실이 그가 걸어온 길의 고독함을 말해준다. “또다른 목표를 위해 언제든 또다시 미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나를 정복한 사람’ 김민철. 그의 무모하리만치 아름다운 도전에 마침표란 있을 수 없다. 글 / 최은영 기자 사진 / 지호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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