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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다이어트 달인! | ||
[세계일보 2005-01-23 18:27] | ||
로버트 드 니로가 그랬듯, 설경구는 영화를 위해서 몸무게를 늘였다 줄이는 것을 밥먹듯 한다. 평소 체중이 74㎏인 그는 ‘역도산’에서 100㎏ 가까운 육중한 몸으로 둔갑했다. 그런 그가 후속작 ‘공공의 적2’ 촬영을 위해 지난해 8월15일 ‘역도산’ 촬영이 끝나자마자 감량에 들어가 한달 만에 무려 18㎏을 떨어내고 냉철한 검사 배역을 찍는 데 성공했다.
그가 이처럼 몸무게를 늘렸다가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통해 다른 인물이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3년 전 ‘공공의 적’에서 권투선수 출신의 다혈질 형사 강철중에 걸맞은 이미지를 위해 체중을 평소보다 14㎏이나 늘렸던 그는 촬영을 끝낸지 한달 보름 만에 18㎏을 줄여 다음 영화 ‘오아시스’의 주인공인 전과 3범의 사회 낙오자 종두가 됐다.
한 달에 5㎏을 빼기도 쉽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그의 다이어트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비결은 무엇일까.
알고보면 허탈감까지 느껴진다. 설경구식 다이어트의 비법은 그가 주연한 영화 속 인물들처럼 실로 단순하다. ‘덜 먹고 무조건 뛰는 것’. 그가 ‘독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굶었어요. 물론 고통스럽죠. 근데 참는 거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어요. 배가 고플 때에는 오이나 두부를 먹었고,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때엔 밥을 반 공기 정도 먹기도 했는데 주로 물을 마셨어요. 물 배를 채웠죠.” 그러면서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한 컵 마시고 곧장 스포츠센터로 가 가벼운 기구 등을 이용해 2시간 운동을 했어요. 그러고 나서 정두홍 감독의 액션스쿨로 가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오후 내내 축구나 농구 등을 했고요. 또 밤에는 영동대교에서 반포대교까지 왕복 8㎞정도를 뛰었어요. 돌아올 때에는 힘들어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했고요.”
그는 “다이어트 기간을 길게 잡으면 절대 살을 못 뺀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귀띔한다. “기간이 길면 ‘오늘만 먹자’면서 먹게 되고, 그러다 보면 1년 내내 먹게 돼 실패해요. 게다가 자신도 모르게 늘어난 몸무게에 적응돼 편안해지면 그땐 빼는 게 더욱 힘들기 때문에 ‘짧고 굵게 하는 다이어트’가 효과적이라 생각했죠.”
그는 ‘오아시스’ 촬영 당시 일산 집에서 영화사가 있는 충무로까지 날마다 6시간씩 걸어다니며 체중을 63kg로 줄인 적도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배역을 위해 급히 살을 찌울 때는 어떻게 했을까.
“하루 대여섯끼씩 먹었어요. 끼니마다 튀김, 탄수화물, 육류 등을 챙겨 먹고 밤에는 술을 엄청나게 마신 뒤 그대로 잠들어 버립니다. 여기에 운동도 조금씩 해주면 더 효과적이죠. 하하.” 그가 ‘역도산’을 촬영할 때의 허리 사이즈는 5인치나 늘어난 38인치였다.
“특기란에 다이어트라고 써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하면서 “앞으로는 이같이 살을 찌우거나 빼야 하는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말을 ‘오아시스’ 개봉 전에도 했었다.
설경구와의 인터뷰는 늘 즐겁다. 형식적인 질문에 형식적인 답변이 오가는 지루함이 없어서다. ‘촬영하면서 힘들었겠다’고 인사성 질문을 건네면 “그럼 안 힘들겠어요? 죽도록 힘들었지”라고 툭 내뱉는다. 인터뷰를 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쉬는 거지 뭐.”라며 털털하게 말한다. 가끔 연기를 칭찬하면 그는 “그러게, 잘했다고 하니까 기분은 좋네. 흐흐흐”라며 다소 야비한 미소를 아이마냥 천진한 웃음에 섞어 내보이기도 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즐거웠다’는 말을 하면 “저랑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다고요? 이상한 사람이네”라며 끝까지 툴툴거리듯 농을 던진다. 설경구와의 만남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꾸밈없는 대답들 때문에 영화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남기곤 한다.
설경구가 ‘공공의 적2’를 찍으며 당황했던 일이 있었다. 강우석 감독은 “(설경구를) 오랫동안 알았지만 카메라를 무서워하고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놀려댔다. 그가 당황했던 장면은 검사 강철중이 한상우(정준호)의 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할 때의 일이다. 강철중이 수사관들에게 차례로 해야 할 일들을 지시할 때의 대사는 꽤나 거창하고 많다. 그 긴 대사를 하고 나면 상대 배우는 ‘예’라는 짧은 대답을 하고, 그는 다시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긴 대사를 해야 했다. 한번 NG가 나면 강 감독은 감정의 흐름상 매번 처음부터 촬영을 다시 시작했다. 결국 힘들다 못해 진땀을 흘리는 설경구를 안쓰럽게 여긴 강 감독은 촬영을 접고 3일간의 휴가를 줬다. 그는“너무 집중이 안 될 때면, 살이 빠지면서 뇌세포도 빠져 나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라고 했다.
공공의 적2에서 검사역은 그가 여태 맡은 역중 가장 그럴싸한 직업이다. “데뷔 이래 대졸 엘리트 역할은 처음이에요. 다른 평범한 인물이었다 할지라도 필요하다면 감량했겠지만, 이번에는 특히 일에는 빈틈 없고 냉철하면서 사석에선 유머가 넘치는 검사 캐릭터인 까닭에 필사적으로 다이어트를 했죠.”
‘역도산’이 상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공의 적 2’가 개봉된다. 사람들은 과거의 신성일처럼 혹시 겹치기 출연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물어보자 길게 설명한다.
“겹치기는 불가능하죠. 몸무게 차이가 그처럼 심한데…. 그리고 적어도 배우라면 겹치기 출연은 해선 안 돼죠. 자존심이 있어야지…. 제가 한달이나 한달 반 만에 살을 찌우거나 빼고 다음 작품을 찍으니 그런 의심도 받을 만하네. 근데 전 어떤 작품이든 두달만 쉬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한창 일할 때 좀 더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거든요.”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공공의 적'' 어떤 영화?
강철중(설경구)은 사회악, 즉 공공의 적은 무조건 때려잡아야 한다는 외골수 열혈검사. 그에게 한 사학재단의 외화 유출과 살인 사건이 얽힌 야릇한 사건이 접수된다.
상대는 고교 동창생이자 현 이사장인 한상우(정준호). 정·재계의 막강한 힘을 업고 있는 그는 외부 압력을 이용해 철중의 수사를 곤경에 빠뜨린다. 하지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철중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그를 찾아간다.
‘공공의 적2’ 는 우리 사회의 폐부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댄다. 누가 ‘공공의 적’ 이고, 왜 그들을 단죄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전편인 ‘공공의 적’이 부모를 죽이고 재산을 가로챈 존속살해범에 대한 응징이었다면 이번에는 범위를 더 한층 확대시켰다.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부패한 돈으로 권력을 사고 그 권력으로 죄 없는 사람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 자들을 심판한다.
사회 부조리를 통렬히 비판하고 싶은 감독의 열의는 관객에게 대리만족,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지만 역으로 윤리적인 목소리가 강하다 보니 극적 개연성은 떨어진다. 유력한 용의자들이 검사의 회유와 도덕성의 강요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는 설정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 특권층의 권력 카르텔이 쉽게 붕괴되지 않고 계속 자기복제를 하면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상영시간 146분. 27일 개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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