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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식이요법_칼로리TIP

[칼로리의 정체] 지방의 누명을 벗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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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누명을 벗겨라

 

[한겨레] 비만 피한다고 무조건 섭취 줄이면 악영향… 생선 · 견과류 골고루 먹고 전이지방 삼가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30대 초반의 여성 이민영씨는 미국 유학 시절부터 비만치료제를 복용했다. 홀로 지내는 시간이면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열고 주방을 돌아다니다 감자칩이나 과자, 햄버거 등을 챙겨 침대에서 쉴 새 없이 먹어치웠다. 아침마다 속이 메스꺼워도 먹는 걸 참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지방 흡수를 막아 체외로 배출한다는 비만치료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음식물 중에서 지방을 솎아내는 대가를 수시로 확인해야 했다. 용변을 본 뒤에 항문 주변에 기름기가 그득했다. 비눗물로 씻어내지 않으면 속옷이 마치 식용유에 적신 것처럼 찜찜했다. 요즘도 비만치료제를 복용하기에 지방을 그대로 배출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말로 지방이 들어 있는 식품을 우리가 멀리해야 하는 것일까.
지방, 그 수난의 역사 요즘 지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비만을 비롯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염려하는 사람치고 지방을 최소화하는 식생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는 드물다. 드레싱 없는 샐러드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요리에 곁들여 나오는 부스러기 땅콩과 호두조차 지방이라는 이유로 멀리하기도 한다. 음식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보기만 해도 미각을 자극했던 지방의 신세가 가련하기만 하다. 지방의 유혹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당분과 지방을 결합한 거의 모든 음식이 중독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경고에 주눅들기도 한다. 지방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것은 지방 함유 음식들이 뇌의 천연 중독물질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방의 수난은 쉽게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실 고칼로리 음식의 위세가 꺾인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수세기 전에 붉은 육류와 유제품에 많이 들어 있는 포화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장마비는 물론 심장으로 가는 동맥이 막혀서 생기는 각종 심장 관상동맥 질환의 발병률도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지방이 입맛을 자극하고 포만감을 주더라도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면 가까이할 이유가 없다. 영양학자들이 쌀이나 빵, 설탕처럼 가공된 복합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지방 섭취를 최소화하는 식단을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소화기관에 들어간 지방은 어떻게든 밖으로 내보내는 게 상책이라는 믿음은 갈수록 깊어졌다.
이러한 믿음에 따라 지방 섭취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식물성 기름과 생선에 들어 있는 다중불포화 지방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해도 대세를 막지는 못했다. 단일불포화 지방이 풍부한 올리브 오일과 다중불포화 지방의 공급원인 생선 요리를 즐기는 그리스 크레타섬 사람들을 크게 주목하지도 않았다. 이들은 지방 에너지가 전체 열량의 40%를 웃돌지만 채식을 즐겨 지방 에너지가 20% 안팎인 동양권 사람들만큼 심장질환 발병률이 낮다. 지방이라 해도 똑같은 지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양학자들은 단순한 식단을 선호했다. 지방의 유형을 따지지 않은 채 “지방은 나쁘다”는 식의 메시지만 유포했다. 지방에 대한 공포는 단백질마저 꺼리도록 했다.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인 붉은 육류에 포화지방이 많은 탓이었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은 문제 일으켜 지방을 구별하지 않은 채 탄수화물 위주로 만든 식단은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다. 포화지방을 탄수화물로 대체했을 때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 지단백질(LDL) 수치가 조금 떨어졌지만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 지단백질(HDL)의 수치도 덩달아 낮아졌던 것이다. 신체 호르몬 체계의 변화에 따라 지방의 구성물질인 중성지방의 혈액 내 수치가 급증하기도 했다. 단일불포화 지방이나 다중불포화 지방의 섭취를 줄였을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나타났다. LDL은 높아지고 HDL은 떨어져 혈중 콜레스테롤 비율이 높아졌다. 물론 탄수화물보다 유해한 지방도 있다. 마가린과 굽거나 튀긴 음식에 들어 있는 전이 불포화 지방산이다. 이 전이 지방산은 LDL과 중성지방을 높이고 HDL은 낮춘다.
비만 치료약으로 지방을 배출하는 게 좋다는 말은 부분적으로만 옳다. 그것은 순전히 전이지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이지방은 각종 식품의 40% 이상에 표기된 ‘부분 경화유’나 ‘야채 쇼트닝’ 등으로 등장하는 합성물질로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특수한 물리 화학적 처리에 따라 생성된다. 전이지방은 각종 신선식품에 등장하고 과자류를 잘 부서지게 하기 때문에 누구나 안 좋은 줄 알면서도 가까이한다. 문제는 전이지방 섭취로 동맥경화·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이나 유방암 등이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이지방 섭취를 2% 늘리면 심장병 발생 위험이 25%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전이지방에 대한 규정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흔히 지방은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영양학자들은 지방이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보다 단위 질량당 더 많은 칼로리를 내기 때문에 과체중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았다. 지방의 칼로리(1g당 9kcal)가 단백질이나 탄수화물(1g당 4kcal)에 비해 높기 때문에 똑같이 섭취해도 몸에 축적(지방)되기 쉽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지방 식단이 비만을 막는 요술의 주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초기 한두달 동안 체중이 조금 줄어들지만 이내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비만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지방이 내는 열량이 아니라 섭취하는 총열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방을 먹음으로써 탄수화물과 단백질보다 포만감을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 하면 인체에 해롭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단지 비만 때문만이 아니었다. 전이지방이 지방을 대표하는 것으로 여기면서 심장 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단일불포화 지방과 다중 불포화 지방의 섭취는 질병의 위험을 감소시키며 포화지방의 섭취로 인한 부작용도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규모 역학조사에서도 동물성 지방 섭취로 인해 전립선암의 발병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은 제기됐지만 유방암이나 대장암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방 섭취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구사회에서 유방암이나 대장암 등의 발병률이 높은 까닭은 지방에 있었던 게 아니었다. 미국의 지방 섭취 비율이 50%에서 35%로 떨어졌지만 비만 인구는 더욱 증가하기도 했다.
비만치료제는 노화를 촉진한다 체내의 지방 흡수를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비만치료제는 인체 시스템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만일 비만치료제가 몸에 좋은 지방과 그렇지 않은 지방을 구별하는 눈을 가졌다면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비만치료제는 지방의 모든 유형을 싹쓸이 대상으로 삼는다. 체내의 지방 세포가 장수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엔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지방 세포조직의 인슐린·인슐린-유사 성장인자는 생명 연장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조직에서 발견된 세포들이 새로운 혈관 형성을 촉진해 혈액 흐름을 원할하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게다가 비만치료제는 지방질과 함께 소화 흡수되는 시력보호나 노화방지 등에 이로운 지용성 비타민을 걸러내게 마련이다. 시력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촉진하는 약품을 먹을 이유는 없다.
지방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누명’을 쓰는 상황에서 탄수화물이 대안의 식단에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65%의 열량을 탄수화물로부터 얻고 있다. 문제는 백미나 밀가루처럼 정제된 탄수화물이 주요 에너지원인 포도당으로 빨리 분해되는 데 있다. 혈당지수가 급격히 올라가면 혈액 내 포도당을 근육과 간으로 이동시키는 인슐린을 과량으로 분비시켜 중성지방 수치를 높여 복부비만을 유발한다. 강북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혈당지수가 높은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면 대사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정제된 곡식과 감자로부터 전분을 과량 섭취하면 당뇨병이나 관상동맥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탄수화물 섭취를 너무 줄이면 속이 메슥거리고 식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방의 누명을 어떻게 벗겨줄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지방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 육류를 과량 섭취하면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수 있다.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요리 과정에서 생긴 발암물질로 인해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와 달리 가금류와 생선은 상대적으로 불포화지방이 많아 인슐린이 혈당량 조절 기능을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동안 지방이 많다는 이유로 멀리하던 땅콩이나 호두, 잣 같은 견과류도 불포화지방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비율을 개선하며 심장질환과 당뇨의 위험을 낮춘다. 견과류는 포만감을 줌으로써 과식을 막아 비만을 예방한다.
식물성 유지 · 견과류 등 몸에 좋은 식단을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구별된 지방을 중심으로 과다한 열량 섭취를 피하는 식단을 만들 수 있다. 우선 콩이나 옥수수, 올리브 등으로 만든 액상 식물성 유지처럼 몸에 좋은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지방으로부터 평균 20%의 열량을 얻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포화지방 섭취를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도시 빈민이나 농촌 거주자 등은 상대적으로 지방 섭취 비율이 크게 낮기 때문에 식물성 유지를 건강의 필수품으로 여겨도 괜찮다. 통밀빵이나 왕겨, 현미 등 정제되지 않은 곡물은 몸에 좋은 탄수화물로 인슐린 분비 자극을 줄이고 췌장의 베타세포에 무리를 주지 않아 당뇨병을 막는다.

몸에 좋은 지방과 탄수화물이라면 열량의 총합이 넘더라도 비만에 대해선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전통적으로 채식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친 지방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서일 교수팀이 지방 섭취 비율에 따라 4개 군으로 나눈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조사에서 지방 섭취가 25% 이상인 경우 15% 미만인 군에 비해 허혈성 심장병 발생 위험이 세배나 높았다. 하지만 이 실험은 지방을 구별하지 않아 지방을 많이 섭취한다 해서 무조건 심장병 위험이 높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요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 지수가 높은 탄수화물 음식을 줄이고 몸에 좋은 지방을 섭취해 체내의 에너지원으로 삼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서 ‘지방’이 깨어나고 있듯이 인체에서도 ‘지방’이 이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전이지방 공급원
- 경화유: 마가린·쇼트닝 등의 물리적 성질을 변화시키고 산패를 억제하기 위해 수고를 첨가하는 공정해서 전이형으로 전환됨.
- 유제품: 소의 반추위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자연계의 시스형 지방산이 소량 전이형으로 바뀜에 따라 우유·버터 등에 들어감.
- 가공식품: 쇼트닝 등의 경화유를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용 팝콘, 튀김식품, 냉동식품, 도너츠, 케이크 등의 가공식품에 첨가됨.


지방에 대한 잘못된 믿음
지방은 인체에서 비타민이나 미네랄만큼 유익한 작용을 많이 한다. 견과류와 채소기름, 생선 등에서 얻는 필수 지방산은 강한 면역계와 건강한 피부, 신경섬유 등에 이로운 구실을 하고 정신 건강을 유지시켜준다. 물론 아무리 몸에 좋은 것도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지방 섭취 줄이면 체중이 줄어든다? 인체는 지방을 먹지 않아도 섭취한 음식물의 총열량이 많으면 탄수화물로 지방을 만들 수 있다. 비만은 지나친 칼로리 섭취에서 비롯된다. 불포화지방산 가운데 오메가3 지방산은 세포 내의 지방산 합성을 억제해 과체중을 막기도 한다.
가공식품에도 필수 지방산이 있다? 필수 지방산은 인체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을 돕는다. 이들은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음식을 통해 얻어야 한다. 가공 처리된 식품은 필수 지방산 가운데 오메가3을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각종 만성질환이 생길 수 있다.
불포화지방이 많아야 인체에 좋다? 많이 섭취하더라도 특별히 인체에 해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인체의 필수 지방산이 균형을 이루는 게 이상적이다. 식물성 유지에 들어 있는 오메가6 계열과 등푸른 생선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이 균형을 이뤄야 부작용이 없다.
지방세포는 심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포화지방은 심장 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불포화지방은 체내에서 이로운 작용을 한다. 지방세포는 많은 성장인자를 분비해 혈관 성장을 촉진한다. 심장 부근에서 이웃 세포들을 모아 정맥과 동맥 형성을 돕는 것이다.
지방을 많이 먹으면 노안이 빨리 온다? 이것 역시 포화지방의 문제에 가깝다. 구운 빵 등을 많이 먹으면 노년기에 황반변성의 진행이 빨라져 실명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견과류에 포함된 불포화지방을 일주일에 1번 이상 섭취하면 황반변성의 진행을 크게 늦출 수 있다.
필수 지방산도 과체중의 원인이 된다? 지방이 풍부한 생선이나 견과류를 섭취하면서 비만을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필수 지방산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유도하기에 칼로리 연소가 빠르게 이뤄진다. 때문에 체지방을 증가시키기보다는 줄이는 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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